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이야기인데, 끝까지 보고 나면 왜 둘 다 불쌍한 걸까요. 저는 평일 밤 11시에 혼자 이불 속에서 〈사도〉를 봤는데,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만 해도 이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뿐입니다.배우 연기 — 대사보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했다〈사도〉를 보기 전, 주변에서는 "송강호가 영조를 너무 딱딱하게 연기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을 때는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송강호는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보다 입을 다무는 순간에 훨씬 더 많은 걸 담아냈습니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그 얼굴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아이언맨2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1의 세 번째 작품으로, 2010년 개봉 당시 북미 기준 오프닝 위크엔드 1억 2,8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화려한 수치였지만, 제가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기억에 남은 건 숫자가 아니라 생일파티에서 술 취한 채 슈트를 입고 허우적대던 토니 스타크의 얼굴이었습니다.생일파티 장면이 달라 보인 이유오랜만에 가족들과 거실에 모여 이 영화를 틀었는데, 처음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화면을 따라가게 됐습니다. 특히 생일파티 시퀀스가 그랬습니다. 예전엔 그냥 코믹한 소동 정도로 넘겼는데, 이번엔 무릎담요를 걷어내고 소파 끝으로 몸을 당겨 앉게 만드는 장면이 됐습니다.이 장면의 핵심은 팔라듐(Palladium) 중독입니다. 팔라듐이란 아크 원자로의 핵심..
재난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폭발이나 화염이 아니라는 걸, 헤드폰을 끼고 소파에 파묻혀 이 영화를 보다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터널 천장이 무너지는 그 저음의 굉음이 관자놀이를 파고드는 순간,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에도 한참을 헤드폰을 벗지 못했습니다. 하정우·배두나·오달수가 만들어내는 밀도, 그리고 구조인지 방치인지 모를 씁쓸한 사회적 시선까지 담은 영화, 「터널」입니다.헤드폰을 낀 채 숨을 참았던 그 밤 — 하정우의 눈빛재난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손바닥에 땀이 맺힌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 전까지는 없었습니다. 넷플릭스로 「터널」을 틀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클로즈드 스페이스(Closed-space) 스릴러, 즉 폐쇄된 단일 공간 안에서 인..
라면을 끓여놓고 리모컨을 집어 든 밤, 별 기대 없이 고른 영화가 「늑대소년」이었습니다. 화면에 두 배우의 앳된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 젓가락을 내려놨고, 결국 라면은 그대로 식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송중기와 박보영이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어서, 처음 몇 분만 보려다 끝까지 놓지 못했습니다.신인 시절이라는 말이 무색한 두 배우, 그 풋풋함의 정체혹시 이 영화를 개봉 당시가 아니라 나중에 챙겨보신 분이라면, 저처럼 첫 장면부터 한 번은 멈칫하셨을 겁니다. 화면 속 얼굴이 지금과 너무 달라서, 한동안 "이 사람이 맞나?" 하고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제가 딱 그랬습니다.송중기는 이 작품에서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 하나하나에서 감정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짐승과 인간의 경계에 서 ..
해발 8750미터. 사람이 살아 버틸 수 없다고 이름 붙은 구역에, 시신을 수습하러 올라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히말라야〉는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급 16좌를 완등한 엄홍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그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 그 질문은 전혀 다른 형태로 남았습니다.황정민과 정우, 이 두 사람의 연기가 영화를 붙잡는다황정민이 이 영화에서 택한 방식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폭발적인 감정 표현 대신, 그는 내내 뭔가를 삼키는 쪽을 선택합니다. 후배들 앞에서 너털웃음을 짓다가도, 혼자 남는 순간이 오면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그 낙차. 헤드폰을 쓰고 화면을 보면서, 저는 그 낙차를 따라..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원빈이라는 배우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잘생긴 얼굴로 유명한 배우가 액션을 얼마나 소화하겠냐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스크린이 꺼지고 나서도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2010년 개봉한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꺼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이 캐스팅, 정말 처음부터 계획된 걸까요?《아저씨》의 주인공 차태식 역은 원래 40대 중년 배우에게 먼저 제안됐다고 합니다. 캐스팅이 어긋나면서 시나리오가 원빈에게 넘어갔고, 대본을 읽은 원빈이 먼저 출연 의사를 밝히면서 지금의 캐스팅이 완성됐습니다. 저는 이 뒷이야기를 나중에야 알았는데, 알고 나니까 오히려 더 신기했습니다. 우연이 만들어낸 최선의 결과처럼 느껴졌거든요.원빈이 맡은 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