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에 뭔가 거창한 걸 보고 싶은데 머리는 쓰기 싫을 때, 딱 맞는 영화가 있습니다. 2018년 개봉한 아쿠아맨이 그랬습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이게 이렇게까지 볼만한 영화였나?" 싶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스토리가 탁월해서가 아니라, 눈이 완전히 압도당하는 경험 때문이었습니다.두 세계 사이에 선 영웅, 배경과 등장인물아쿠아맨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 즉 DC 코믹스의 세계관을 영화로 구현한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여기서 DCEU란 마블의 MCU처럼 여러 히어로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는 프랜차이즈 구조를 말합니다. 아쿠아맨은 그 안에서도 바닷속을 주요 무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차별화된 포지션을 갖고 있었습니다.주인공 아서 카레 역을 맡은 제이슨 모모아는 190c..
마블 영화라고 하면 으레 빠른 템포와 유쾌한 농담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주말 심야 상영을 일부러 골라 앉았는데, 화면이 열리는 순간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익숙한 마블의 문법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블 영화는 시종일관 에너지가 넘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터널스》는 그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하는 작품이었습니다.다국적 앙상블과 MCU 세계관 확장《이터널스》의 출연진 구성은 마블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다채롭습니다. 세르시 역의 제마 챈, 이카리스 역의 리처드 매든, 테나 역의 앤젤리나 졸리, 에이잭 역의 셀마 헤이엑까지. 그리고 한국 관객이라면 마동석이 길가메시로 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좌석을 예약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
브래드 피트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실제 F1 서킷을 직접 달렸습니다. CG 없이 찍은 그 장면들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이불을 두 손으로 꽉 쥐었습니다.30년 전 사고가 만들어낸 이야기혹시 한때 열광했던 무언가가 어느 날 갑자기 삶에서 멀어져 버린 기억이 있으신가요? F1 더 무비는 바로 그 감각에서 출발합니다.주인공 소니 헤이스는 1990년대 F1의 차세대 스타였습니다. 그러나 1993년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발생한 대형 충돌 사고가 그의 커리어를 단번에 끊어버렸고, 이후 그는 고용 드라이버로 전전하는 삶을 이어갑니다. 여기서 고용 드라이버란 특정 팀과 정식 계약 없이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고용되는 드라이버를 말합니다. 팀 내 서열도 없고, 자신만의 레이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자리입니다.그런 소니에게..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아시아계 배우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25번째 작품인 이 영화가 처음입니다. 저는 암막 커튼을 내리고 모니터 불빛만 켠 채 혼자 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얻고 나왔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겁니다.버스 안의 격투 — 홍콩 무협의 감각을 어떻게 살렸나솔직히 말하면, 저는 초반 버스 시퀀스에서 이미 이 영화가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좁은 통로에서 몸을 접고 튀어 오르는 격투 장면인데, 타격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저도 모르게 등이 굳었습니다.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와이어 액션(wire action) 때문입니다. 와이어 액션이란 배우 몸에 와이어를 연결해 공중 도약이나 벽 타기 같은 물리적으로 불..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퇴근 후 침대에 쓰러져 넷플릭스를 멍하니 스크롤하다 알고리즘이 밀어 올린 썸네일을 무심코 눌렀을 뿐인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 57억짜리 로또를 두고 남북 군인이 협상을 벌인다는 설정이 이렇게 설득력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로또 한 장이 뒤흔든 비무장지대의 구조〈육사오〉가 선택한 무대는 DMZ(비무장지대)입니다. DMZ란 남북한이 1953년 정전협정을 통해 설정한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양측 각각 2km씩, 총 4km 폭의 완충 구역을 의미합니다. 현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삼엄한 접경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공간인데, 영화는 바로 이 팽팽한 긴장의 무대에 로또 당첨이라는 지극히 속물적인 사건을 던져 넣습니다.로또 당첨 확률은 약 ..
솔직히 말하면 저는 스포츠 영화를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이 아닙니다. 패턴이 너무 뻔해서 중반부만 지나도 결말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주말 아침, 침대에 이불을 바짝 끌어당기고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큰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고, 어느 순간 스마트폰 카카오톡 알림을 전부 무음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리바운드, 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해체 위기 농구부, 코치와 선수들의 면면영화의 배경은 부산중앙고 농구부입니다. 한때 전국을 호령하던 농구 명문이었지만, 지금은 해체 직전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군 복무 대신 모교에서 시간을 보내다 얼떨결에 지휘봉을 잡게 된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코치 강양현입니다.안재홍이 연기한 강양현은 한때 잘 나가던 선수였지만 프로 무대에서 빛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