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제목 '비광'이 뭘 뜻하는지 몰랐습니다. 화투 패 이름이라는 것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제목이 단순히 화투 패를 가리키는 말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류승룡, 하지원, 김시아가 한 화면에 서는 순간에는 세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분명했고, 그 밀도가 끝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를 직접 보고 느낀 배우들의 연기와 장르 혼합의 장단점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배우 분석 — 말보다 먼저 읽히는 얼굴들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배우들의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이지원 감독이 〈미스백〉에서 함께했던 김시아를 다시 중심에 세웠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감독과..
2020년 코로나 한복판에서 122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낸 영화가 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오케이 마담 2를 보고 나니 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가족 케미와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6년의 공백을 지워버린 가족 케미이번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1편에서 이어진 미영 가족의 분위기가 6년이라는 시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액션 사이에서도 가족끼리 주고받는 대화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합니다.이 영화의 기둥은 코믹 액션(Comic Action)이라는 장르적 문법에 있습니다. 코믹 액션은 웃음과 액션을 함께 구성해 긴장감과 재미를 번갈아 전..
16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때문에 극장에서 보기 전부터 부담이 있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단순히 긴 영화라고만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8년 만에 돌아온 감독이 전도연·설경구·조여정·조인성을 한 화면에 세워 보여주는 이야기는 사랑과 계급, 욕망에 대한 질문을 꽤 오래 남깁니다.전도연 설경구, 네 번째 만남이 쌓은 것전도연과 설경구가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조합입니다. 두 배우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 『길복순』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네 번째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부부인 미옥과 호석으로 등장해 두 배우가 쌓아온 호흡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전도연이 맡은 미옥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아내입니다...
마동석 영화라고 하면 주먹 장면부터 떠오르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압꾸정은 달랐습니다. 비상구 옆 차가운 팔걸이에 팔을 얹자마자, 스크린 속 대국의 입이 먼저 열렸고 저는 그 순간부터 예상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마동석이 약 8년 전부터 직접 구상하고 제목까지 손수 지은 영화, 압꾸정을 직접 보고 온 솔직한 후기입니다.마동석과 정경호, 이 두 사람의 케미가 진짜입니까?데뷔 전부터 이어 온 20년 인연이라는데, 정작 한 작품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입니다. 스크린에서 처음 나란히 서는 건데도 오래된 사이 특유의 느슨한 공기가 흘렀고, 저는 그게 연출된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마동석이 연기하는 대국은 압구정 골목을 제 집 안방처럼 누비는 토박이입니다. "뭔 말인지 알지?"라는 말..
마블 영화에서 히어로가 혼자 싸우지 못하면 실패작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마블스〉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영화가 시작된 지 십 분쯤 지났을 때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엎어 놓았고, 105분 내내 한 번도 들춰 보지 않았습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5의 세 번째 작품이 왜 짧은 러닝타임에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지, 직접 겪은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자리바꿈이라는 규칙 하나가 만들어낸 긴장감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 히어로가 능력을 쓸 때마다 서로 위치가 뒤바뀐다는 설정이 이렇게 눈을 못 떼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 모니카 램보,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 얽히는 이 포지션 스와핑(position swappin..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흘려보낼 생각이었습니다. 하정우와 주지훈이 다시 붙었다는 것 외에 기대치를 높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헤드폰을 끼고 첫 총성을 들은 순간, 귓바퀴 뒤쪽이 먼저 저릿했습니다. 1986년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한 실화 기반 구출 작전, 「비공식작전」 후기입니다.버디 케미, 설명 없이 호흡으로 설득하다버디 무비(Buddy Movie)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한 공간에 묶이면서 티격태격하다 결국 신뢰를 쌓아가는 장르 문법입니다. 쉽게 말해 "서로 안 맞는 두 사람이 한 팀이 되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그 공식을 택시 한 대에 밀어 넣었습니다.하정우가 연기하는 민준은 미국 발령이라는 당근 하나에 이끌려 베이루트로 자원한 외교관입니다. 거창한 사명감 같은 건 없고, 계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