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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전도연 설경구, 계급 서사, 이창동)

apple4049 2026. 10. 4. 13:22

목차


    영화 가능한 사랑
    영화 가능한 사랑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164분짜리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일을 즐기지 않습니다. 중간에 한 번쯤은 시계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달랐습니다. 츄러스를 손에 든 채 장례식장 장면에 눈이 묶였고, 그 손이 내려가질 않았습니다. 8년 만에 돌아온 감독이 전도연·설경구·조여정·조인성을 한 화면에 세워 꺼낸 질문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네 번의 만남이 쌓은 것

    제가 이 영화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캐스팅 자체만으로 반쯤 기울었습니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부부로 나오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두 배우가 같은 프레임 안에 있을 때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은 스크린에서 직접 봐야 실감이 됩니다.

    전도연이 맡은 미옥은 마스크 공장에 다니는 아내입니다. 말이 많은 여자인데, 이 수다가 단순한 수다가 아닙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 즉 인물의 위치·표정·소품까지를 아우르는 연출 언어를 뜻합니다. 미옥이 카메라 앞에서 쉬지 않고 말을 늘어놓는 장면에서, 이창동 감독은 미옥의 손과 눈 방향을 교묘하게 어긋나게 배치합니다. 저는 그 순간 추로스를 입에 가져가다가 멈췄습니다. 말 아래 깔린 질투를 대사 없이 읽어낼 수 있었거든요.

    설경구의 호석은 반대입니다. 파업 이후 입을 닫아버린 해고 노동자입니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서 이창동 감독과 함께한 배우답게, 침묵으로 더 많은 말을 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호석이 카메라 앞에서 둑이 터지듯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말이 없을 때 쌓인 것들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물리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잠 못 드는 호석 곁에서 미옥이 소주잔을 기울여 주는 장면에서는 객석 어디에서도 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도 팔걸이 위에 올려둔 손이 그냥 굳어 있었고요.

    전도연은 출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이 있는 배우입니다. 이번에는 수상 경력보다 오히려 '말 많은 아내'라는 지극히 평범한 얼굴 안에 감정 여러 겹을 접어 넣었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배우가 네 번째로 같은 영화에 섰다는 사실이, 극 중 부부의 오랜 침묵에 실제 무게를 얹어 준다고 느꼈습니다.

    • 전도연(미옥): 수다 뒤에 질투와 욕심이 깔린 다층적 아내 역
    • 설경구(호석): 파업 이후 침묵으로 내상을 감춘 해고 노동자 역
    • 두 배우의 네 번째 공동 출연, 부부 호흡은 두 번째
    •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의 세 번째 작업, 침묵 연기의 집약
    요약: 전도연의 수다와 설경구의 침묵이 한 프레임에서 충돌할 때, 이 영화는 가장 정직하게 빛납니다.

     

    계급 서사, 카메라가 집요하게 비추는 온도 차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대개 계급 서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들 합니다. 저도 그런 편인데, 『가능한 사랑』은 이 부분에서 전작들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걸어갑니다.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계급 서사(class narrative)란, 사회적 경제적 위치 차이가 인간관계와 감정에 어떻게 균열을 만드는지를 추적하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한 식탁에 앉았을 때 생기는 미묘한 긴장감을 카메라로 붙잡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 긴장감은 대사보다 공간으로 표현됩니다. 호석과 미옥의 집은 작고 좁고, 조여정이 연기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 남편 상우가 사는 곳은 넓고 환합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두 공간이 교차되는 편집 흐름이 생각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억지로 대비를 강조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불편했습니다. 바닷가 별장 장면에서 미옥과 상우가 해변에서 마주 서는 장면은, 파도 소리가 깔린 채 아주 잠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 듯한 순간을 만듭니다. 영화 첫 자막에 떠올랐던 십계명의 마지막 계율, 즉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문장이 이 장면 위로 겹쳐 오릅니다. 그런데 그 거리는 끝내 좁혀지지 않습니다.

    조인성이 연기하는 상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서늘한 인물이라고 느꼈습니다. 아내 예지를 응원하는 척하면서 슬쩍 비꼬는 말을 얹는 사람입니다. 예지가 "저 사람들을 사랑해 보려는 중"이라고 말하는 날, 상우가 "당신과 저 사람들은 다르지 않냐"며 선을 긋는 장면은, 선의와 계급의식이 한 사람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을 두고 단순히 나쁜 인물로 읽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봤습니다.

    다큐멘터리 내러티브(documentary narrative), 즉 극영화 안에 실제 다큐멘터리 형식을 삽입하는 장치를 이 영화는 꽤 적극적으로 씁니다. 미옥이 촬영된 영상이 본편 중간에 끼어드는 구조인데, 이야기인지 기록인지 잠깐 헷갈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낯설게 만들려는 의도는 분명히 읽히는데, 호흡이 끊기는 대가도 분명히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요약: 소박한 집과 환한 별장을 나란히 놓고도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 절제가, 이 영화 계급 서사의 핵심입니다.

     

    이창동, 8년 만의 귀환과 보름달 아래 남은 것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사실은, 저 같은 관객에게는 개봉 전부터 일종의 기대 압력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압력 때문에 처음엔 냉정하게 보려고 했는데, 바닷가 별장 시퀀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게 안 됐습니다.

    영화는 바닷가 별장에서 두 부부를 한 지붕 아래 모아놓고 인물들을 한 겹씩 벗겨냅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란 이야기 전반에 걸쳐 인물이 변화하거나 내면이 드러나는 과정을 뜻합니다. 호석의 캐릭터 아크는 이 별장 시퀀스에서 가장 가파르게 기울어집니다. 파업 진압 현장이 남긴 상처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방식인데, 제 경험상 이 장면은 직접적인 설명 없이 암시로만 처리됩니다. 한 발만 더 나아가 주었으면 했습니다. 그 여백에 장면 하나만 더 놓였다면 보름달 아래 침묵은 훨씬 깊은 바닥을 가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지가 집요하게 찾아다니는 호루라기 소품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값나가는 물건도 아닌데 끝까지 행방을 묻는 장면에서, 그 물건이 인물의 내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조금 가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의미심장한 소품을 끝까지 아끼다가 여운으로만 처리하는 방식이 이창동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번만큼은 좀 더 열어줬으면 했습니다.

    그럼에도 엔딩은 오래 남습니다. 미옥이 호석에게 돌아가 소주잔을 나누고, 보름달이 화면을 채운 채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제 컵 속 얼음은 다 녹아 콜라가 미지근해져 있었습니다. 단맛이 가신 입안에 씁쓸한 여운만 남은 느낌이 정확히 이 영화가 남기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출처: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첫 공개 후 6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고,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작으로도 선정됐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관객에게 편한 영화는 아닙니다. 사건보다 인물의 눈빛을 따라가는 속도로 164분을 채우기 때문에, 화끈한 전개를 기대하는 분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그 길이가 오히려 영화가 끝난 뒤 묵직하게 앉혀주는 감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약: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의 카메라는 보름달 아래 두 사람을 비추며, 사랑이 계급 사이를 건널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그대로 넘겨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공개 날짜가 언제인가요?

    A. 극장 상영은 이미 시작됐고, 넷플릭스 공개는 2024년 11월 6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집에서 보실 계획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고 한 번에 이어서 보시는 편이 몰입에 훨씬 유리합니다. 164분이라는 상영 시간을 쪼개서 보면 이 영화가 가진 호흡의 특성상 다소 손해를 보게 됩니다.

     

    Q. 가능한 사랑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얼마나 좋은 반응을 받았나요?

    A.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첫 공개 후 기립 박수가 6분간 이어졌습니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된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다만 영화제 호평이 곧 모든 관객의 취향과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니, 개인 취향을 먼저 고려하시는 게 좋습니다.

     

    Q. 전도연 설경구가 부부로 나온 영화가 또 있나요?

    A. 두 배우가 같은 영화에 선 건 『가능한 사랑』이 네 번째이고, 부부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함께한 작품으로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 『길복순』이 있습니다. 오랜 호흡이 쌓인 덕분인지, 두 사람이 같은 프레임 안에 있을 때 만들어지는 공기가 다른 조합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종류라고 느꼈습니다.

     

    Q. 164분이 너무 긴 것 아닌가요? 지루하지 않나요?

    A. 지루할 수 있다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건보다 인물의 눈빛과 침묵을 따라가는 방식이라, 빠른 전개를 선호하시는 분에게는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먹는 속도를 알아서 늦춰 주는 영화였습니다. 중요한 장면마다 손이 알아서 멈추더라고요. 몰입이 되는 분에게는 164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결론

    『가능한 사랑』을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은, 보름달이 지고 난 뒤 어느 집 식탁이 더 따뜻했는가였습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까지 그 판결을 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절제가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성취이면서, 동시에 더 파고들어 주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출처이기도 합니다.

    말보다 침묵이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 분, 사랑과 계급이라는 질문을 화면 위에서 오래 붙들고 싶은 분에게는 권하고 싶습니다. 취향은 타지만 추천입니다. 극장에서 보실 수 있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점이고, 넷플릭스를 기다리신다면 11월 6일에 시간을 통째로 비워두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