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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한복판에서 122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낸 영화가 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오케이 마담 2, 직접 보고 나서 드는 첫 생각은 "이 시리즈가 쥔 가장 단단한 패가 뭔지 이번에 더 선명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6년의 공백을 지워버린 가족 케미
암전 속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눈이 아니라 등받이였습니다. 갑판을 달리는 발소리와 파도가 부딪치는 저음이 의자를 타고 올라와 등뼈를 한 마디씩 두드렸고, 그 순간 6년이라는 공백이 실제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이 영화의 기둥은 코믹 액션(Comic Action)이라는 장르적 문법 위에 서 있습니다. 코믹 액션이란 웃음과 격투를 한 호흡 안에 엮어 관객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오케이 마담 시리즈는 1편부터 이 리듬을 일관되게 밀어붙여 왔습니다. 석환이 허세 섞인 몸짓으로 나뒹굴 때마다 굳었던 몸이 풀리며 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는데, 그게 바로 이 장르가 설계한 호흡이라는 걸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번 2편에서 미영 가족이 한 화면에 모이는 장면마다 영화의 온도가 가장 따뜻하게 올라갔습니다. 제가 직접 봐보니 그 호흡은 6년의 공백이 있었던 배우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습니다. 사춘기 딸과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눈치 게임이 되어버린 엄마의 표정, 허세는 넘치는데 진심도 함께 삐져나오는 석환의 몸짓, 그것들이 쌓여서 이 시리즈만의 체온을 만들어 냅니다.
엔드크레디트(End Credit)가 올라가는 동안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나서야 뻐근해진 목이 느껴졌습니다. 엔드크레디트이란 영화 본편이 끝난 뒤 제작진과 출연진 이름이 올라가는 구간으로, 저는 이 구간에서도 여운이 남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습니다.
- 엄정화(미영): 전직 레전드 요원이자 꽈배기 가게 운영 중인 평범한 엄마, 이번에 '여자 톰 크루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몸을 쓰는 장면이 대폭 늘었습니다
- 박성웅(석환): 국정원 출신 엘리트지만 현재는 허세 가득한 백수 남편, 이번엔 크루즈 대표 선아와 콤비를 이루며 웃음 담당으로 활약합니다
- 박진주(선아): 크루즈 '이스턴 비너스호'를 책임지는 대표, 배를 지키는 일에 진심인 인물로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려운(지훈): 크루즈 마술사로 스크린 데뷔를 이번에 처음으로 합니다
크루즈 액션이 몸으로 전해진 순간들
무대가 비행기에서 크루즈로 옮겨온 것은 단순한 배경 교체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크루즈선을 촬영지로 쓴 덕에 스크린 가득 쏟아지는 바다의 푸른빛은 한동안 눈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저는 그 장면에서 진짜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는 착각을 잠깐 했습니다.
로케이션 촬영(Location Shooting)이란 스튜디오 세트 대신 실제 현장에서 진행하는 촬영 방식입니다. 실제 크루즈에서 이루어진 로케이션 촬영은 세트로는 재현하기 어려운 공간의 규모감과 빛의 질감을 화면에 담아냈습니다. 엄정화 본인도 가족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고 말했는데, 그 감각이 화면에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꽈배기 반죽을 굴리던 손이 전직 요원의 손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숨을 참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어깨가 굳어 있었습니다. 와이어 액션(Wire Action), 즉 배우에게 와이어를 연결해 공중 동작이나 고속 이동을 구현하는 기법이 이 시퀀스에 적용되었는데, 엄정화가 직접 소화한 장면들이 스턴트와의 경계를 거의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매끄러웠습니다.
갑판 위를 내달리는 시퀀스에서 발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클라이맥스의 바닷가 격투가 끝나는 순간에야 참았던 숨이 한꺼번에 빠져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의 액션은 화면 밖으로 진동이 느껴지는 수준이었고, 상영관 불이 켜지고 나서야 귓속에 아직 파도 소리가 남아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코믹 액션 장르는 가족 단위 관객 비율이 높은 편으로 집계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와이프와 나란히 앉아 본 저로서는 이 수치가 왜 나오는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웃음 한 번, 주먹 한 번이 번갈아 찾아오는 리듬은 혼자 보는 것보다 옆 사람과 함께일 때 배가 됩니다.
빌런 안야가 남긴 눈빛의 온도
최수영이 연기한 안야가 아이처럼 씩 웃으며 한 걸음 다가오는 순간, 어깨가 먼저 귀 쪽으로 움츠러들었습니다. 그 반응이 저도 몰래 나왔다는 게 이 캐릭터가 얼마나 제대로 구현되었는지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빌런(Villain)이란 이야기 안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핵심 적대 인물을 가리키는 영화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극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동력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데, 뻔한 빌런은 그 긴장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만 흘러 관객의 몰입을 오히려 깨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야는 그 함정을 피했습니다. 장난기와 날카로움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덕에, 다음 행동이 예측되지 않는 서늘함이 화면에 유지되었습니다.
최수영의 눈빛은 화면을 뚫고 나와 목덜미에 닿는 느낌이었습니다. 첫 악역, 첫 본격 액션이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카리스마와 유머가 함께 실려 있었고, 몸집을 키우는 대신 눈빛을 뾰족하게 세우는 쪽에 공을 들였다는 본인의 말이 화면에서 그대로 확인됐습니다. 의상 아이디어까지 직접 제안했다는 뒷이야기는 완성된 캐릭터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납득이 갑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새로 합류한 인물들 중 지훈과 선아는 저마다 이야기를 품은 인물처럼 보이는데, 그 사연이 충분히 펼쳐지기 전에 화면 가장자리에 머물렀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에도 그 아쉬움이 남았고, 이 두 캐릭터에게 조금 더 긴 서사가 주어졌더라면 크루즈라는 거대한 무대의 가능성이 한층 입체적으로 열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리즈물의 캐릭터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영화 전문 매체 씨네 21도 속편에서 신규 캐릭터의 서사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구조적 한계로 짚은 바 있습니다.(출처: 씨네 21)제 경우엔 그 한계가 안야의 존재감으로 어느 정도 상쇄되기는 했지만, 완전히 채워진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케이 마담 1편을 안 봐도 2편을 즐길 수 있나요?
A. 제가 직접 봐보니 1편의 주요 상황이 대사와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환기되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미영과 석환 부부의 관계적 맥락과 가족의 온도를 더 풍부하게 즐기고 싶다면 1편을 먼저 보고 오는 쪽이 배로 재미있습니다.
Q. 최수영 안야 악역 연기 어느 정도예요?
A. 첫 악역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카리스마와 장난기를 함께 담아냈습니다. 몸집을 키우기보다 눈빛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했는데, 화면에서 그 선택이 정확하게 작동했습니다. 관객 반응을 직접 살펴봤을 때 신규 캐릭터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었습니다.
Q. 어린 자녀와 함께 봐도 괜찮은 영화인가요?
A. 코믹 액션 장르 특성상 폭력 수위가 자극적이지 않고 웃음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람에 무난한 편입니다. 와이프와 함께 본 저의 경우 둘 다 편안하게 웃고 나왔고, 극장 안에서도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습니다.
Q. 려운 스크린 데뷔 연기 어때요?
A. 마술사 지훈 역으로 스크린에 처음 선 려운은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잘 살렸습니다. 다만 캐릭터 자체의 서사 비중이 크지 않아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기엔 아쉬운 분량이었고, 제 경험상 이 인물이 더 활약했더라면 크루즈 무대의 재미가 한층 풍성해졌을 것입니다.
결론
상영관 불이 켜지고 와이프와 나란히 걸어 나온 출구 앞 공기가 유난히 시원했습니다. 귓속에는 아직 파도 소리가 남아 있었고,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무겁게 곱씹을 영화는 아니었지만, 가볍게 웃고 나오기에 딱 맞는 두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성취는 6년이라는 공백을 지워버린 가족의 온도이고, 최수영의 빌런 안야가 그 위에 팽팽한 긴장을 덧입혔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지나치게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아쉬움, 새 캐릭터들의 서사가 충분히 펼쳐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분명히 남습니다. 그럼에도 부부나 가족이 여름 끝자락에 극장에서 부담 없이 웃고 싶다면 고르기에 무난하고 편안한 선택이라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다음 항해엔 갑판 위에 더 많은 승객이 서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