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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스 리뷰 (자리바꿈, 카말라칸, 팀플레이)

apple4049 2026. 10. 2. 21:39

목차


    영화 더 마블스
    영화 더 마블스

    마블 영화에서 히어로가 혼자 싸우지 못하면 실패작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마블스〉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영화가 시작된 지 십 분쯤 지났을 때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엎어 놓았고, 105분 내내 한 번도 들춰 보지 않았습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5의 세 번째 작품이 왜 짧은 러닝타임에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지, 직접 겪은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자리바꿈이라는 규칙 하나가 만들어낸 긴장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 히어로가 능력을 쓸 때마다 서로 위치가 뒤바뀐다는 설정이 이렇게 눈을 못 떼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 모니카 램보,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 얽히는 이 포지션 스와핑(position swapping), 즉 전투 중 위치가 실시간으로 교환되는 메커니즘은 격투 장면마다 화면 구석구석을 눈으로 좇게 만들었습니다. 누가 어디에 서 있는지 한 컷이라도 놓치면 흐름을 잃을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의자를 모니터 쪽으로 바짝 당겨 앉았습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닙니다. MCU 페이즈 5는 페이즈 4에서 벌어진 멀티버스 사가(Multiverse Saga), 즉 평행 우주와 시공간 혼란을 다루는 거대 서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더 마블스〉는 그 혼란을 '팀의 불협화음'이라는 작은 단위로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한 캐럴, 그런 캐럴에게 오래 묵은 서운함을 품은 모니카, 캡틴 마블 앞에서 손부터 떨리는 카말라. 이 세 사람이 억지로 한 공간에 묶이는 상황 자체가 이미 갈등의 씨앗입니다.

    마지막 결전에서 세 사람은 이 바꿔치기를 짐이 아닌 무기로 바꿉니다. 한 사람이 주먹을 내지르면 다른 사람이 적의 등 뒤에 서 있고, 세 번째 사람의 에너지 빔이 허공을 가로지릅니다. 무릎 위에 얹어 뒀던 손이 어느새 주먹이 되어 있었는데, 나중에야 알아챘습니다.

    • 포지션 스와핑: 세 히어로가 능력 사용 시 위치가 자동으로 교환되는 핵심 설정
    • 팀워크를 강제하는 장치로, 개인 전투 중심의 이전 작품과 확연히 다른 액션 구조
    • 마지막 전투에서 약점이 전략으로 전환되며 캐릭터 성장을 시각적으로 완성
    요약: 위치 교환이라는 단순한 규칙 하나가 액션의 긴장감과 팀워크 서사를 동시에 완성시킵니다.

     

    카말라 칸이 이 영화의 공기를 바꿨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오래 눈에 밟힌 건 브리 라슨도, 박서준도 아니었습니다. 이만 벨라니가 연기한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었습니다. 드라마 〈미즈 마블〉로 데뷔한 신예인데, 캡틴 마블 굿즈로 방을 가득 채운 10대 소녀의 들뜬 에너지가 스크린 밖으로 그대로 넘쳐 나왔습니다. 캐럴 앞에 서자마자 말을 더듬고 손이 먼저 떨리던 소녀가, 막상 싸움이 시작되면 세 사람 중 제일 먼저 뛰어드는 모습. 이 낙차가 영화의 온도를 결정했습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처음 상태에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겪는 내면 변화의 곡선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카말라의 그것은 이 영화에서 가장 뚜렷합니다. 캐럴과 모니카 사이의 묵은 갈등이 풀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사이에서 카말라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아가는 흐름이 제 경우엔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캐릭터 성장 외에도 카말라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확실히 화면의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알라드나 행성에서 박서준이 연기하는 얀 왕자가 노래로 말을 건넬 때,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카말라의 반응이 꼭 관객석에 앉은 저 같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퓨리의 우주 정거장 세이버(SABER)에서 플러큰 새끼들이 입을 쩍 벌려 알라드나 사람들을 줄줄이 삼키는 장면에서는 혼자 있는 방인데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막아야 했습니다.

    요약: 카말라 칸의 캐릭터 아크와 유머 감각이 영화 전체의 공기를 가장 크게 바꿔 놓은 요소입니다.

     

    팀플레이의 재미, 그리고 남은 숙제

    〈더 마블스〉는 2023년 11월 기준 제작비 대비 흥행 성적에서 MCU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그런데 저는 보고 나서 기대치보다 훨씬 위에 와 있었습니다. 105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마블 영화치고 군더더기 없이 짧고, 그 길이 안에서 세 히어로의 팀플레이가 만들어내는 속도감은 확실히 살아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아쉬운 부분도 분명합니다. 캡틴 마블이라는 이름이 약속하는 압도적인 전투력, 즉 단독 전투 능력(solo combat power)이 화면에서는 끝내 온전히 건너오지 않습니다. 행성 하나를 흔들 수 있는 인물이 악역 다르-벤 앞에서 번번이 주춤하는 장면은, 팀플레이의 재미를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라 해도 강한 히어로를 기대하고 앉은 제 입장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악역 다르-벤의 서사도 아쉽습니다. 크리족 고향 행성 할라를 되살리기 위해 다른 행성의 대기와 물을 빨아들이는 그의 집념은, 단순한 악의가 아니라 절박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기서 할라란 크리족이 오랜 세월 터전으로 삼아온 행성으로, 캐럴과 얽힌 과거가 있는 장소입니다. 그 절박함이 관객의 가슴에 닿는 속도가 느슨했고, 그 틈이 아쉬웠습니다. 캐럴과 모니카의 화해 장면에도 숨 쉴 여백이 한두 컷 더 있었다면 결말의 울림이 깊어졌을 것입니다(출처: Marvel 공식). 그래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나서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요약: 팀플레이 액션의 완성도는 높지만, 캡틴 마블의 단독 전투력 약화와 악역 서사의 깊이 부족이 남은 숙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마블스 보기 전에 드라마를 꼭 봐야 하나요?

    A. 〈완다비전〉, 〈미즈 마블〉, 〈시크릿 인베이전〉의 이야기가 한 자리에 엮여 있어서, 세 드라마를 보고 가면 캐릭터 배경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다만 드라마 없이 봐도 영화 자체로 흐름은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드라마를 먼저 봤는데, 모니카와 캐럴 사이 감정선을 이해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습니다.

     

    Q. 박서준은 얼마나 나오나요?

    A. 등장 분량은 많지 않습니다. 알라드나 행성 장면에 집중적으로 나오는데, 노래로 대화하는 행성의 왕자 얀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짧지만 영화의 장난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에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Q. MCU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MCU 배경지식이 없어도 세 히어로의 자리 바꿈 액션 자체는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 간의 감정선과 악역의 동기는 앞선 드라마·영화를 알수록 더 깊이 와닿습니다.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캡틴 마블〉 정도만 먼저 보고 오셔도 무방합니다.

     

    Q. 쿠키 영상이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MCU 영화 특성상 크레딧 중간 또는 끝에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크레딧이 올라가도 자리를 지키는 걸 권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적지 않겠습니다.

     

    결론

    뒤집어 뒀던 스마트폰을 105분 동안 한 번도 들춰 보지 않게 만든 힘이 분명히 이 영화에 있었습니다. 포지션 스와핑이라는 단순한 규칙 하나로 관객의 시선을 한시도 놓아주지 않는 것, 그리고 카말라 칸의 캐릭터 아크가 영화 전체의 온도를 데우는 것. 이 두 가지는 〈더 마블스〉가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확실히 해낸 일입니다.

    캡틴 마블의 단독 전투력이 희석되는 것에 아쉬움이 남고, 다르-벤의 절박함이 끝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남은 숙제는 이 팀플레이의 힘 위에 각 캐릭터의 깊이를 얹는 일입니다. 마블 시리즈를 오래 따라온 분이든, 오랜만에 돌아온 분이든, 주말 저녁 105분을 가볍지 않게 채우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입니다.

    영화 더 마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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