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장 뜨겁게 축구를 응원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주말 오후 큰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던 저는 마지막 장면이 끝날 무렵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습니다. 영화 드림, 2023년 4월 26일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스포츠 코미디입니다.홈리스 월드컵, 실화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솔직히 처음 이 영화의 소재를 접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홈리스 월드컵(Homeless World Cup)이라는 대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니까요. 여기서 홈리스 월드컵이란 노숙인, 빈곤층, 사회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되는 국제 축구 대회를 말합니다.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사회에 재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자립 프로그램의 성격을 함께 띱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위인전처럼 그려진 영웅 서사가 반복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극장 문을 나서면서 뺨을 스치는 차가운 밤바람이 유독 매섭게 느껴졌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제작비 300억 원, 손익분기점 680만 명. 숫자만 봐도 이 영화에 얼마나 큰 무게가 실렸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서울의 봄 제작사가 다시 역사를 택한 이유영화 하얼빈은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한 작품입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영화 서울의 봄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역사극의 흥행 공식을 다시 쓴 제작사입니다. 그 신뢰를 등에 업고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우민호 감독은 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90분짜리 영화라는 말에 '좀 짧지 않나' 싶었는데, 극장을 나서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러닝타임 1시간 34분 동안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가장 솔직한 평가입니다. 이제훈과 구교환이 만들어낸 팽팽한 긴장감이 그 이유였습니다.90분 안에 담긴 서스펜스의 밀도제가 직접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는 군더더기가 없다"였습니다. 영화 탈주는 북한 군인 규남(이제훈)이 10년 복무 만기를 앞두고 남한으로의 탈주를 감행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를 막기 위해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추격에 나서면서 두 인물의 대치가 시작됩니다.영화가 이처럼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서사 구조 덕분입니다. 영화계..
사극 영화에서 마른 체구의 배우가 장군을 맡으면 어울릴까요? 솔직히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결혼 후 오랜만에 와이프와 주말 저녁 극장을 찾으면서도, 과연 이 선택이 맞는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밝아지자, 그 걱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졌습니다.조인성 캐스팅, 정말 우려할 일이었을까영화를 보기 전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조인성의 캐스팅이었습니다. 장군 역할이라면 묵직한 카리스마와 체격이 받쳐줘야 한다는 게 제 고정관념이었거든요. 명량에서 최민식이 보여준 이순신처럼, 근엄하고 무게감 있는 장수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 있었습니다.그런데 영화 속 양만춘은 그런 장군이 아니었습니다. 병사들의 다툼을 직접 말리고,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아주러 가는 성주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서번트 ..
기다림이 사랑의 언어였던 시절, 정말 그게 더 행복했을까요? 장대비가 쏟아지던 주말 오후, 저는 우연히 이 영화를 틀었다가 스크린 속 1994년에 완전히 조난당하고 말았습니다. 90년대 라디오 감성과 손으로 쓴 메일, 그리고 기적처럼 엇갈리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일반적으로 멜로 영화는 설레다가 끝난다고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끝나고 나서 훨씬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90년대 아날로그 감성, 그 시절의 온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을 배경으로, 싱어송라이터 유열이 실제로 진행했던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삼아 정지우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러닝타임은 122분이며, CGV 아트하우스 배급으로 2019년 개봉했습니다. 아트하우스(Art House)란 상업적 흥행보다 예술성..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린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기생충을 보고 나왔을 때, 도심의 빌딩 숲이 완전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오락영화인 줄 알고 팝콘을 들고 들어섰다가, 결국 팝콘을 입에 넣는 것조차 잊은 채 멍하니 스크린만 바라보게 만든 영화. 지금도 그 찌릿하고 불쾌한 잔상이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꼽등이와 연가시, 영화가 처음부터 결말을 숨겨둔 방식일반적으로 영화의 복선(伏線)은 관객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야 "아, 그게 그 의미였구나" 하고 알아채는 장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은 좀 달랐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 이미 '이 결말은 피바다로 끝나겠구나' 하는 감각이 왔습니다. 바로 초반에 등장하는 꼽등이 때문입니다.꼽등이는 썩은 사체나 유기물을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