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영화를 보면서 나초 봉지에 손도 못 댄 적이 있으셨습니까. 저는 있습니다. 퇴근길에 들어간 저녁 상영관에서 영화 「행복의 나라」가 그랬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이후를 배경으로, 군사재판이라는 기울어진 판 위에서 변호사 한 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영화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보다 인물들의 연기와 법정 공방에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이선균이 세상을 떠난 뒤 공개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니, 화면을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시대적 배경 — 10·26과 12·12 사이, 법이 힘에 밀리던 자리영화를 보기 전에 한 가지를 알아 두면 배경을 이해하기가 수월합니다. 「행복의 나라」가 그리는 재판은 일반 형사재판이 아니라 군사재판(軍事裁判)입니다. 영화 속 박태주의 모티브가 된 박흥주 대령은 ..
평일 밤 11시, 스탠드까지 끄고 소파에 앉아 영화를 틀었습니다. 힙합 비트가 깔리는 오프닝부터 예상 밖이었습니다. 는 한소희와 전종서가 함께 주연을 맡은 버디 무비이자, 이환 감독이 이후 선보인 범죄 영화입니다.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개성, 그리고 그 속도에 가려진 인물의 내면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지하차도, 두 얼굴 — 배우 앙상블 분석영화는 색색의 조명이 번지는 지하차도를 걷는 두 여자로 시작합니다. 그 위로 힙합 비트가 흐르고, 이환 감독은 이 오프닝이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를 오마주한 장면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마주란 존경하는 작품의 장면이나 분위기를 가져와 경의를 표하는 창작 방식을 뜻합니다. 그레이 음악감독이 작업하고 화사가 부른 OST '풀 포 유'까지 더해지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초반부터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우성이 군복을 입고 뛰는 모습이 얼마나 어울릴지 반신반의하며 영화를 봤는데, 초반부터 긴박한 상황이 이어져 쉽게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2017년 개봉한 「강철비」는 북한 쿠데타와 핵전쟁 위기를 배경으로, 이름이 같은 두 남자가 분단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첩보 액션 영화입니다. 정우성과 곽도원의 호흡은 어땠는지, 후반부에서는 어떤 아쉬움이 남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분단을 체온으로 느끼게 만든 설정극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이 영화를 속도감 있는 액션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닝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영화는 한반도 정권교체기를 배경으로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여기서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다연장 로켓(MRL·Multiple Rocket Lau..
개봉 엿새 만에 450만 명. 2017년 여름, 군함도는 그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화제였습니다. 저는 개봉 첫 주에 극장 좌석에 앉았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팔걸이 위의 손바닥이 끝내 펴지질 않았습니다. 시원함인지 쓰라림인지 구분되지 않는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출연진: 스타의 얼굴로 도착해 탄가루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한 편의 상업영화에 이 정도 얼굴이 나란히 서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개봉 전 해외 100개국 이상에 선판매됐다는 사실이 그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었어요. 저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 조합이 과연 무게를 소화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황정민이 맡은 이강옥은 경성 반도호텔 악단 단장입니다. 일본인 관리 앞에서는 ..
평일 밤 열한 시, 거실 불을 끄고 TV 빛만 남긴 채로 봤습니다. 초록 트레이닝복 차림의 동구가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지만, 슈퍼 2층 문이 닫히고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뀝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간첩 액션 영화로 분류되지만, 위장 생활 속에 쌓이는 정과 후반부의 비극까지 함께 봐야 작품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초록 트레이닝복 속에 칼날을 숨긴 얼굴들 — 캐스팅2013년 6월 개봉한 이 영화는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은 다음 웹툰에서 연재 당시 큰 인기를 얻었고, 영화 제작 단계부터 캐스팅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원작의 개성 강한 캐릭터를 어떤 배우들이 표현할..
감시하는 사람이 먼저 마음을 바꿉니다. 영화 이웃사촌은 도청이라는 소재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수상한 증거보다 옆집 식구들의 평범한 일상에 시선이 머뭅니다. 거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혼자 영화를 보니 인물들의 대화와 작은 소리에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더군요. 웃음으로 시작해 따뜻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의 장점과 아쉬운 점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정우·오달수, 조연진까지 살린 캐스팅의 힘영화를 선택할 때 출연 배우를 먼저 살펴보는 분이라면 이웃사촌의 캐스팅도 눈길이 갈 만합니다. 정우와 오달수가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두 인물로 만나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정우가 맡은 대권은 좌천 위기에 몰린 도청팀장입니다. 정치인 가족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