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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밤 11시, 스탠드까지 끄고 소파에 앉아 영화를 틀었습니다. 힙합 비트가 깔리는 오프닝부터 예상 밖이었습니다.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가 함께 주연을 맡은 버디 무비이자, 이환 감독이 <박화영> 이후 선보인 범죄 영화입니다.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개성, 그리고 그 속도에 가려진 인물의 내면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지하차도, 두 얼굴 — 배우 앙상블 분석
영화는 색색의 조명이 번지는 지하차도를 걷는 두 여자로 시작합니다. 그 위로 힙합 비트가 흐르고, 이환 감독은 이 오프닝이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를 오마주한 장면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마주란 존경하는 작품의 장면이나 분위기를 가져와 경의를 표하는 창작 방식을 뜻합니다. 그레이 음악감독이 작업하고 화사가 부른 OST '풀 포 유'까지 더해지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초반부터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한소희가 연기한 미선은 낮에는 꽃집을 운영하고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인물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면서도 위험한 선택으로 향하는 모순이 캐릭터의 중심에 있습니다. 미선이 처한 상황과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한소희가 보여주는 불안과 욕망이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은 건 전종서의 얼굴이었습니다. 코너에 몰린 도경이 표정만으로 대사의 몫까지 가져가는 순간이 있습니다. 운전 실력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도경은 전종서 특유의 거침없는 연기와 잘 맞는 인물입니다. 두 배우의 실제 친분도 알려져 있는데, 화면 속 호흡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데 한몫했다고 봅니다. 다만 실제 친분과 극 중 관계의 설득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 배우들도 각자의 색깔을 드러냅니다. 김성철이 연기한 토사장은 검은돈을 쥔 유흥가 실세로,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인물입니다. 그가 등장할 때는 단순한 악역의 위협을 넘어 돈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정영주는 해결사 황소 역을 위해 삭발했고, 김신록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가영을 연기합니다. 오 마이걸 유아는 토사장의 아내 하경으로, 이재균은 자신의 욕망을 좇는 석구로 등장합니다.
- 한소희 (미선): 꽃집과 유흥업소를 오가며 다른 삶을 꿈꾸는 인물
- 전종서 (도경): 운전 실력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미선과 함께 움직이는 인물
- 김성철 (토사장): 검은 돈을 둘러싼 사건의 중심에 있는 유흥가 실세
- 정영주 (황소): 삭발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해결사
- 김신록·오마이걸 유아·이재균: 금괴를 둘러싼 각자의 욕망을 보여주는 조연들
삽을 드는 순간부터 — 서사 구조의 속도와 균열
미선이 사기를 당해 꿈이 무너진 뒤, 두 사람은 유흥가를 쥐고 흔드는 토사장의 검은돈과 금괴에 눈을 돌립니다. 금괴만 80억 원어 치라는 설정은 두 사람이 감당하려는 일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삽을 들고 땅을 파 내려가고, 마침내 금괴를 발견하자 웃음을 터뜨립니다. 반가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지만, 저는 그 웃음에서 오히려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돈을 손에 넣는 순간부터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건 내러티브 템포(narrative tempo), 즉 이야기가 전개되는 속도와 리듬입니다. <프로젝트 Y>는 인물의 배경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사건 속으로 곧장 관객을 밀어 넣습니다. 장면이 빠르게 바뀌고 인물들의 선택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덕분에 지루할 틈은 적지만, 사건을 따라가는 데 집중하다 보면 인물의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볼 여유도 줄어듭니다.
다만 이 속도가 언제나 장점인 것은 아닙니다. 사건이 인물보다 앞서 달리다 보니 석구나 하경 같은 조연은 욕망을 드러내는 역할에 머무르는 인상이 있습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사건을 거치며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이 조연들에게는 충분히 주어지지 않습니다. 금괴를 발견한 뒤 두 사람의 관계가 흔들리는 장면도 앞선 일상이 조금 더 쌓여 있었다면 감정적으로 깊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금괴를 손에 넣은 순간부터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토사장은 돈의 행방을 쫓고, 황소는 목표로 삼은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가영은 찾아온 기회를 잡으려 하고, 석구는 자신의 욕심에 따라 움직입니다. 여러 인물이 금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목적을 좇는 구도는 이 영화의 속도감을 끌어올립니다. 이환 감독이 작품을 '캐릭터들의 열전 같은 영화'라고 표현한 것도 후반부의 전개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물들이 빠르게 얽히는 만큼 각자의 사연과 감정을 더 깊이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이 영화를 볼 이유와 경계 — 관람 추천 기준
<프로젝트 Y>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처음 공개됐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습니다. 제10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국내 개봉 전부터 국제 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다는 점은 이 작품을 살펴볼 때 눈여겨볼 만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작품 정보, 런던아시아영화제 수상 보도)
개봉 전 예매율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2026년 1월 19일 기준으로 1월 개봉작 가운데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는 해당 시점의 예매율을 기준으로 한 순위이지, 전체 기간의 흥행 성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보도)
제목의 Y는 젊음을 뜻하는 Young, 당신을 뜻하는 You, 갈망을 뜻하는 Yearn 등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환 감독도 관객 각자가 자신만의 Y를 떠올리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영화는 단순히 금괴를 훔치려는 두 사람의 범죄극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인물들의 욕망을 함께 다룹니다. (이환 감독·배우 인터뷰)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레이 음악감독이 작업하고 화사가 부른 오프닝 OST는 지하차도의 색색 조명과 어우러집니다. 이환 감독은 그레이에게 고전 영화 같은 시네마틱 한 음악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네마틱은 영화적인 분위기와 감정적 밀도를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오프닝의 음악과 후반부의 긴장감 있는 스코어가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개봉 전 관전 포인트 보도)
여성 두 명이 중심에 선 버디 무비(buddy movie)라는 점도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버디 무비는 두 인물이 함께 사건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 구조를 뜻합니다. 범죄 장르에서 두 여성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총을 쥔 남자가 아니라 삽을 든 두 여자가 판을 움직인다는 설정도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영화입니다. 빠른 호흡의 범죄·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물의 배경과 관계를 차분하게 쌓아가는 영화를 선호한다면 전개가 다소 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전종서의 표정과 연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만 배우의 매력만으로 서사의 아쉬움까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젝트 Y 줄거리가 복잡한가요? 따라가기 어렵나요?
A. 기본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두 여자가 숨겨진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여러 인물이 빠르게 얽히기 때문에 인물 관계를 파악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Q. 한소희와 전종서는 실제로 친한가요? 영화 속에서도 티가 나나요?
A. 두 배우는 실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이환 감독도 두 사람의 우정이 작품에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화면 속 호흡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은 두 배우의 연기를 볼 때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만 실제 친분만으로 극중 관계의 설득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프로젝트 Y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A. 결말을 직접 확인하고 감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선악을 구분하거나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범죄극보다는 인물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결말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Q. 프로젝트 Y는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나요?
A. 빠른 호흡의 범죄·스릴러를 좋아하는 분, 한소희와 전종서의 연기를 함께 보고 싶은 분, 여성 주인공 중심의 버디 무비에 관심 있는 분께 추천할 만합니다. 반대로 인물의 감정과 관계가 천천히 쌓이는 영화를 선호한다면 취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결론
이 영화에서 한 가지 더 바랐다면 미선과 도경이 서로뿐인 사이가 되기까지의 일상을 조금 더 보여줬으면 하는 점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순간은 앞선 관계가 충분히 쌓여 있을수록 더 큰 무게를 얻었을 것입니다. 빠른 전개가 장점인 영화지만, 그 사이에 두 사람의 관계를 들여다볼 장면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았겠습니다.
그래도 전종서가 보여준 표정과 두 주인공의 조합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습니다. 빠른 범죄극을 좋아하고 한소희와 전종서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살펴볼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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