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코미디 한 편 가볍게 보고 나오겠거니 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맨 뒷자리를 점령하고 팝콘을 집어던지며 낄낄거리던 저였으니까요. 그런데 극장을 나올 때 제 눈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7번 방의 선물은 그런 영화입니다.코미디인 줄 알았다가 뒤통수 맞은 장르일반적으로 포스터만 보면 수감자들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 유쾌한 코미디 한 편이겠거니 예상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작비 55억 원이라는 수치도 그 예상을 뒷받침했습니다. 국내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가 100억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저예산 영화에 해당하는 규모였거든요.여기서 저예산이란 단순히 돈이 적게 들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CG(컴퓨터 그래픽) 의존도를 낮추고 세트 규모를 줄이는..
2014년 개봉 첫 주말, 극장 안이 남녀노소로 꽉 들어찬 그 열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도 친구들과 부랴부랴 예매해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소란스러움이 싹 가라앉고 묘한 긴장감만 남더라고요. 결국 명량은 최종 관객 수 1,761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역사상 최다 관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고독한 리더십, 두려움에서 용기로영화 전반부의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묵직합니다. 저도 처음 1시간 정도는 숨을 죽이며 지켜봤는데, 이순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화면이 집요하게 밀어붙이거든요. 고문 후유증을 달고 복귀한 삼도수군통제사가 손에 쥔 전력은 단 12척의 판옥선뿐이었습니다.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영화가 이순신을 소위 '무결한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봉준호 감독 작품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봐왔다고 자부했는데 만큼은 개봉 당시 놓치고 뒤늦게 챙겨봤습니다. 그러면서 "이걸 왜 이제 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고, 와이프와 영화가 끝난 뒤 한참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와이프도 저와 똑같은 감상이었다고 하더군요.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을 맴도는 경험은 흔하지 않았습니다.계급사회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그린 발상계급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작품은 계급 구조를 수직으로 묘사합니다. 위에 있는 자가 아래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일반적이죠. 그런데 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바로 이 계급사회를 수평 구조, 즉 기차의 앞칸과 꼬리칸으로 나눠 표현했다는 점..
재난영화는 원래 무겁고 비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면, 영화 엑시트가 그 고정관념을 꽤 세게 흔들어놓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940만 관객이 왜 극장을 찾았는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에야 실감했습니다. 웃음과 긴장감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게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인정하게 됐습니다.재난코미디라는 장르 설정, 과연 어울리는가재난 장르(disaster genre)란 대규모 사고나 자연재해처럼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중심 소재로 삼는 영화 범주를 말합니다. 여기서 disaster genre란 주로 공포와 서스펜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그런데 영화 엑시트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비틀었습니다. 유독가스가 도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