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는 원래 무겁고 비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면, 영화 엑시트가 그 고정관념을 꽤 세게 흔들어놓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940만 관객이 왜 극장을 찾았는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에야 실감했습니다. 웃음과 긴장감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게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인정하게 됐습니다.

재난코미디라는 장르 설정, 과연 어울리는가
재난 장르(disaster genre)란 대규모 사고나 자연재해처럼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중심 소재로 삼는 영화 범주를 말합니다. 여기서 disaster genre란 주로 공포와 서스펜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영화 엑시트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비틀었습니다. 유독가스가 도심을 뒤덮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내고, 그 웃음이 불필요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긴장을 더 팽팽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재난과 코미디가 섞이면 어색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편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입니다.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과 인과관계의 흐름을 의미하는데, 영화 엑시트는 악인의 서사를 최소화하고 생존자들의 탈출 과정에 집중하는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관객이 불필요한 분노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주인공과 함께 달리는 데만 에너지를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선택이 이 영화의 가장 영리한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이 만들어낸 시너지
영화 엑시트 등장인물 구성을 보면, 이 영화가 단순히 주연 두 명의 케미에만 기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이용남은 취업 준비 중인 백수 청년인데,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갈고닦은 클라이밍(climbing) 실력이 결정적인 생존 도구가 됩니다. 여기서 클라이밍이란 암벽이나 인공 구조물을 손발만으로 오르는 스포츠를 말하는데, 극 중에서는 건물 외벽과 옥상을 이동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임윤아가 연기한 정의주는 상황 판단력이 빠르고 위기 대처 능력이 탁월한 캐릭터입니다. 사실 가수 출신 배우가 재난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었는데, 막상 영상으로 보면 그런 걱정이 무색해집니다. 제가 직접 관람했을 때도 임윤아의 장면에서 어색함보다 몰입감이 훨씬 앞섰습니다.
조연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 엑시트 등장인물 중 고두심, 박인환이 연기한 용남의 부모는 위기 속에서도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했고, 김지영이 연기한 누나와 김강훈이 연기한 조카 역시 가족 관계의 현실감을 높여줬습니다. 평소엔 동생을 구박하다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야 고마움을 깨닫는 흐름이 꽤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 엑시트 등장인물의 구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용남(조정석): 클라이밍 실력을 지닌 백수 청년, 실질적인 생존 리더 역할
- 정의주(임윤아):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여주인공, 이용남의 대학 동아리 선배
- 김현옥(고두심), 이장수(박인환): 용남의 부모, 인간적 감동의 중심축
- 이정현(김지영), 한지호(김강훈): 누나와 조카, 가족 현실감 담당
- 양일호(박채인): 가스 유출 원인 제공 캐릭터, 비중은 적음
- 구진만(강기영): 사장 아들 역할, 악역보다 더 미움받는 캐릭터
신파 없는 재난영화, 관람평이 높은 이유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를 보면 초중반엔 웃기다가도 후반부에 반드시 신파(melodrama)로 방향을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파란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해 눈물을 유도하는 서사 방식을 의미하는데, 솔직히 이건 한국 관객에게 피로감을 주는 공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 엑시트는 끝까지 그 유혹에 빠지지 않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결말이 살짝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게 오히려 기분을 좋게 만들었습니다.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도 좋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험은 그것대로 소중하니까요. 영화 엑시트 관람평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일관된 장르적 쾌감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재난 상황에서의 생존 대처법을 다룬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극 중 등장하는 대피 동선과 연기 회피 행동이 실제 재난 훈련 지침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오락성과 교육적 가치를 동시에 잡은 셈인데, 이는 소방청이 제시하는 화재 및 유해물질 대피 행동 요령과도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출처: 소방청).
유독가스가 상징하는 것, 청춘과 사회적 공기
영화 엑시트에서 유독가스는 단순한 물리적 위협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용남이 평소에 "쓸모없다"는 소리를 들어온 클라이밍 실력으로 사람들을 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건 현실 사회가 규정하는 스펙(spec) 중심의 성공 기준이 진짜 위기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여기서 스펙이란 취업 시장에서 평가받는 학력, 자격증, 인턴 경험 등 정량적 조건을 가리키는 말인데, 현실에서 이 기준이 개인의 실제 가치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이 영화는 재난 상황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실업 문제와 청년 세대의 사회적 좌절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코미디 안에 녹여낸 방식이 꽤 영리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경제활동 관련 조사에 따르면,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기효능감이 저하되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됩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용남이라는 캐릭터가 현실 속 청년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가 단순히 웃음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영화 엑시트가 단순한 오락 영화로만 소비되기엔 아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그냥 가볍게 즐기면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웃으면서 봐도 충분하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씁쓸한 공감이 담겨 있는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2019년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이었던 350만 관객을 훌쩍 넘어 940만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장르적 실험이 관객에게 얼마나 잘 통했는지를 숫자로 증명합니다. 조금만 더 힘을 냈다면 천만 돌파도 가능했을 텐데, 그 아쉬움이 지금도 남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너무 기대를 높이지 말고 가볍게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이 영화를 가장 즐겁게 보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