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이 울리는 도시에서 적국 대사관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가능할까요. 류승완 감독의 2021년작 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외교관들의 탈출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오랫동안 대립하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의 긴장감은 총격전뿐 아니라, 서로를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보여주는 데서 나옵니다.배우 앙상블 —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진다영화를 보기 전부터 배우들의 조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처럼 개성이 뚜렷한 배우들이 한 작품에 출연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앙상블(ensemble)이란 특정 배우 한 명에게만 무게를 싣지 않고, 여러 배우가 균형을 이루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식을 뜻합니..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제목 '비광'이 뭘 뜻하는지 몰랐습니다. 화투 패 이름이라는 것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제목이 단순히 화투 패를 가리키는 말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류승룡, 하지원, 김시아가 한 화면에 서는 순간에는 세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분명했고, 그 밀도가 끝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를 직접 보고 느낀 배우들의 연기와 장르 혼합의 장단점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배우 분석 — 말보다 먼저 읽히는 얼굴들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배우들의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이지원 감독이 〈미스백〉에서 함께했던 김시아를 다시 중심에 세웠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감독과..
2020년 코로나 한복판에서 122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낸 영화가 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오케이 마담 2를 보고 나니 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가족 케미와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6년의 공백을 지워버린 가족 케미이번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1편에서 이어진 미영 가족의 분위기가 6년이라는 시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액션 사이에서도 가족끼리 주고받는 대화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합니다.이 영화의 기둥은 코믹 액션(Comic Action)이라는 장르적 문법에 있습니다. 코믹 액션은 웃음과 액션을 함께 구성해 긴장감과 재미를 번갈아 전..
16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때문에 극장에서 보기 전부터 부담이 있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단순히 긴 영화라고만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8년 만에 돌아온 감독이 전도연·설경구·조여정·조인성을 한 화면에 세워 보여주는 이야기는 사랑과 계급, 욕망에 대한 질문을 꽤 오래 남깁니다.전도연 설경구, 네 번째 만남이 쌓은 것전도연과 설경구가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조합입니다. 두 배우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 『길복순』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네 번째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부부인 미옥과 호석으로 등장해 두 배우가 쌓아온 호흡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전도연이 맡은 미옥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아내입니다...
마동석 영화라고 하면 주먹 장면부터 떠오르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압꾸정은 달랐습니다. 비상구 옆 차가운 팔걸이에 팔을 얹자마자, 스크린 속 대국의 입이 먼저 열렸고 저는 그 순간부터 예상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마동석이 약 8년 전부터 직접 구상하고 제목까지 손수 지은 영화, 압꾸정을 직접 보고 온 솔직한 후기입니다.마동석과 정경호, 이 두 사람의 케미가 진짜입니까?데뷔 전부터 이어 온 20년 인연이라는데, 정작 한 작품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입니다. 스크린에서 처음 나란히 서는 건데도 오래된 사이 특유의 느슨한 공기가 흘렀고, 저는 그게 연출된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마동석이 연기하는 대국은 압구정 골목을 제 집 안방처럼 누비는 토박이입니다. "뭔 말인지 알지?"라는 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에 큰 기대를 품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눅눅한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라는 조합이 자칫 이름값 위주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객석 조명이 채 꺼지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웅웅거리는 저음이 흘러나오던 순간, 그 걱정은 꽤 빠르게 사라졌습니다.세 배우가 만든 균형, 그리고 마을이라는 유기체범석 역의 황정민은 이번에도 중심을 잡되, 과거 작품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겁이 많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몸을 던지는 사람, 그 온도 차를 표정 하나로 오가는 연기라 빈틈이 오히려 인물을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황정민 배우 작품을 꾸준히 챙겨봐 온 제 경험상, 이 정도로 흔들리는 얼굴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