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줄거리도 안 읽고 예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어벤저스나 DC 히어로물을 볼 때마다 "한국이라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거든요. 그 갈증을 국내 판타지 한 편이 제대로 건드릴 것 같아서요. 기대치는 낮게 잡았지만, 결과는 꽤 달랐습니다.장기이식으로 초능력을? 설정이 낯설었던 이유처음 하이파이브의 핵심 설정을 접했을 때, 솔직히 어색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장기이식(organ transplant)이란 기증자의 신체 기관을 수혜자에게 외과적으로 옮겨 이식하는 의료 행위인데, 이것이 초능력의 원천이 된다는 발상이 처음엔 억지스럽게 느껴졌거든요.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설득이 되더라고요. 심장을 이식받은 이재인은 초인적인 심박출량(cardiac output) ..
퇴근하고 나서 머리를 비우고 싶은 날, 아무 생각 없이 킬링타임용 영화 한 편 찾다가 결국 다시 틀게 되는 작품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엔 기분 전환용으로 봤던 영화 파일럿을 넷플릭스에서 다시 꺼내 들었는데, 두 번째 감상이 첫 번째와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습니다.조정석 여장 연기, 기대보다 얼마나 자연스러웠나코미디 영화에서 여장(크로스드레싱)이라는 소재는 사실 식상하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장 코미디는 어색함을 웃음 포인트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공식을 꽤 다르게 가져갑니다. 조정석은 어색함보다는 완성도로 승부를 걸었습니다.여기서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이란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별의 복장과 외모를 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에 별로 기대가 없었습니다. 비버가 주인공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소재 자체가 저의 관람 욕구를 끌어당기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극장을 나올 때는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픽사가 또 한 번 해냈다는 생각이 든 작품,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기대 없이 들어간 픽사의 서른 번째 도전픽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오리지널 IP(Intellectual Property), 즉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세계관과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내는 창작 방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부분이 안정적인 흥행을 위해 검증된 시리즈의 속편이나 리부트에 집중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입니다. 엘리멘탈, 엘리오에 이어 이번 호퍼스까지, 픽사가 오리지널 작품을 꾸준히 내놓는다는 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봉준호 감독 작품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봐왔다고 자부했는데 만큼은 개봉 당시 놓치고 뒤늦게 챙겨봤습니다. 그러면서 "이걸 왜 이제 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고, 와이프와 영화가 끝난 뒤 한참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와이프도 저와 똑같은 감상이었다고 하더군요.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을 맴도는 경험은 흔하지 않았습니다.계급사회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그린 발상계급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작품은 계급 구조를 수직으로 묘사합니다. 위에 있는 자가 아래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일반적이죠. 그런데 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바로 이 계급사회를 수평 구조, 즉 기차의 앞칸과 꼬리칸으로 나눠 표현했다는 점..
재난영화는 원래 무겁고 비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면, 영화 엑시트가 그 고정관념을 꽤 세게 흔들어놓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940만 관객이 왜 극장을 찾았는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에야 실감했습니다. 웃음과 긴장감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게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인정하게 됐습니다.재난코미디라는 장르 설정, 과연 어울리는가재난 장르(disaster genre)란 대규모 사고나 자연재해처럼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중심 소재로 삼는 영화 범주를 말합니다. 여기서 disaster genre란 주로 공포와 서스펜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그런데 영화 엑시트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비틀었습니다. 유독가스가 도심을 ..
디즈니 실사영화가 원작 애니메이션을 넘어선 사례가 몇 편이나 될까요? 저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나서, 솔직히 한 편도 선뜻 떠오르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알라딘(2019)을 보고 나서 그 의문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영화관을 나서는 길에 어쩐지 허전함이 남았습니다. 그 허전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뜯어보기로 했습니다.1992년의 아그라바가 2019년에 다시 열리기까지알라딘(1992)이 개봉했던 당시, 저는 아그라바(Agrabah)라는 가상의 왕국에 진심으로 매료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출판·미디어 시장 전반이 중동풍 이국적 판타지를 집중 조명하던 시기였고, 그 흐름 위에 알라딘이 정확하게 얹혔습니다. 저는 OST인 A Whole New World 가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