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별 기대 없이 동네 씨네큐 좌석에 앉았다가 팔걸이를 손땀 젖게 쥐었던 영화입니다. DC가 크리스토퍼 놀란 이후 새 판을 짜는 시도 중 하나인 은, 제가 예상하던 '착하고 밝은 금발 히어로물'과는 출발점 자체가 달랐습니다. 냉소와 무기력함을 몸에 두른 카라 조엘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밀리 앨콕이 설득한 것들 — 대사 없이 전해진 캐릭터 변화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삼십 분 가까이, 화면엔 영웅의 사명감 대신 무기력(apathy)만 가득했습니다. 여기서 무기력이란 단순히 의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힘은 넘치지만 그것을 쓸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 특유의 공허함을 뜻합니다. 술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반려동물 크립토와 함께 이 행성 저 행성을..
주말 저녁에 뭔가 거창한 걸 보고 싶은데 머리는 쓰기 싫을 때, 딱 맞는 영화가 있습니다. 2018년 개봉한 아쿠아맨이 그랬습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이게 이렇게까지 볼만한 영화였나?" 싶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스토리가 탁월해서가 아니라, 눈이 완전히 압도당하는 경험 때문이었습니다.두 세계 사이에 선 영웅, 배경과 등장인물아쿠아맨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 즉 DC 코믹스의 세계관을 영화로 구현한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여기서 DCEU란 마블의 MCU처럼 여러 히어로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는 프랜차이즈 구조를 말합니다. 아쿠아맨은 그 안에서도 바닷속을 주요 무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차별화된 포지션을 갖고 있었습니다.주인공 아서 카레 역을 맡은 제이슨 모모아는 190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