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는 공개 첫 주부터 비영어 영화 글로벌 톱10 1위에 올랐고, 다음 주에도 정상을 지켰습니다. 제가 처음 재생 버튼을 누른 건 별 기대 없는 평일 밤이었는데, 물이 현관 안쪽으로 밀려드는 장면을 보고 폰을 뒤집어 엎었습니다. 그런데 후반부에서 같은 하루가 반복되기 시작하자, 저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졌습니다.
마른 바닥에서 물속을 연기한 사람들, 어디까지 믿어지던가요
배우들이 <대홍수>에서 소화한 수중 장면 중에는 '드라이 포 웻(Dry for Wet)' 기법으로 촬영한 장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물을 채우지 않은 세트에서 물속에 잠긴 것처럼 움직이고, 와이어와 CG 등을 활용해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구안나가 702호에서 해일에 휩쓸리는 장면에 이 기법이 사용됐습니다. 영화에는 실제 수중 촬영도 포함돼 있어 모든 물속 장면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배우들은 물속에서의 움직임뿐 아니라 물이 없는 공간에서 물살을 표현하는 연기도 소화해야 했습니다.
김다미는 인공지능 연구원 구안나를 연기합니다. 연구실의 차분한 직함과 달리, 화면 속 안나는 짐 하나 챙기지 못한 채 아들 자인의 손목부터 붙잡는 사람이에요. 안나가 아들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대사보다 표정이 먼저 감정을 전합니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동안 자인을 향하는 시선만으로도 엄마의 절박함이 드러났습니다.
박해수가 연기하는 인력보안팀 손희조는 도움을 제안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조건이 붙어 있는 인물입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촬영이 해를 넘겨 1월까지 이어졌고, 비를 맞는 장면을 촬영할 때 물방울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고 돌아봤습니다. 실제로 추운 날씨에도 젖은 의상을 입고 촬영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희조가 조건을 내미는 장면에서도 이런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안나의 아들 자인을 연기한 권은성은 김다미와 함께 모자의 감정선을 이어갑니다. 손을 잡고, 놓치고, 다시 찾는 장면에서 자인의 역할도 작지 않았습니다.
- 김다미(구안나): 인공지능 연구원이자 싱글맘, 아들을 살리려는 모성이 행동의 중심
- 박해수(손희조): 인력보안팀 직원, 조건부 도움을 내미는 인물로 긴장의 축
- 권은성(신자인): 안나의 아들, 모자 감정선을 이어가는 주요 인물
- 연출: 김병우 감독, <더 테러 라이브> 이후 재난 장르 복귀
물이 현관을 넘던 그 순간, 제 손은 리모컨을 놓았습니다
소행성 충돌로 시작된 대홍수에 도시가 침수된다는 설정은 영화가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곧바로 아파트 안으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갑니다. 그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파도가 단지를 삼키고 수위가 층마다 차오르는 장면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오가던 아파트 복도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재난영화라고 하면 대개 야외의 스펙터클을 기대하는데, <대홍수>는 아파트 한 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안나가 자인을 데리고 옥상으로 오르려 하지만, 뒤엉킨 사람들 사이에서 계단 하나, 문 하나를 지나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익숙한 아파트 공간이 재난 상황에서는 얼마나 위험한 장소로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희조가 나타나 조건을 내건 순간, 영화는 재난 장면에서 인물 간 긴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깁니다. 수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제한된 공간과 인물들이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구도입니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제한된 공간을 활용했던 김병우 감독의 연출 감각이 전반부에서 잘 드러났습니다(출처: Netflix Tudum 공식 작품 소개).
이 구간까지는 기대를 품고 화면을 따라갔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장면과 안나·자인 사이의 감정선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잘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타임루프가 열리고, 저는 거기서 길을 잃었습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영화는 타임루프(Time Loop) 구조로 전환합니다. 타임루프란 같은 시간대나 상황이 반복되는 서사 장치로, 반복되는 과정에서 인물의 반응이나 선택에 변화가 생기는 방식입니다. <대홍수>는 여기에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인공지능 개념을 연결합니다. 딥러닝은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데이터의 패턴을 학습하는 기술인데, 영화에서는 안나가 반복되는 상황을 통해 반응과 선택을 학습해 가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시도 자체는 느껴졌습니다. 지구가 물에 잠긴 뒤에도 인류를 이어가려는 시도와 그 중심에 모성을 놓겠다는 뜻도 읽혔어요. 하지만 후반부는 달랐습니다. 반복이 쌓일수록 매번 무엇이 달라졌는지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를 찾아가며 봤지만, 반복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방향을 놓치기 시작했습니다. 권은성이 연기한 자인과 안나의 관계가 그나마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는 기준점이었습니다.
희조의 정체 역시 반복이 거듭될수록 선명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조건을 내밀던 첫 장면의 강렬함이 아까울 정도였어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 뒤에도 결말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려고 해석 글도 찾아봤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톱10 자료에 따르면 <대홍수>는 공개 첫 주인 2025년 12월 15~21일 2,790만 회의 시청 수로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12월 22~28일에는 주간 시청 수 3,310만 회로 2주 연속 정상을 지켰습니다. 여기서 3,310만 회는 누적 수치가 아니라 해당 주간의 시청 수입니다(출처: Netflix Tudum 글로벌 톱10). 김병우 감독도 인터뷰에서 영화의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점을 촬영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그 갈림길에서 아쉬운 쪽에 서게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홍수 물속 장면은 실제로 물에 들어가서 찍었나요?
A. 장면에 따라 다릅니다. 실제 수중 촬영도 진행했고, 구안나가 702호에서 해일에 휩쓸리는 장면처럼 '드라이 포 웻(Dry for Wet)' 기법을 활용한 장면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와이어와 CG 등을 활용해 물속 상황을 구현했습니다.
Q. 대홍수 타임루프 설정, 이해하고 봐야 하나요?
A. 미리 알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 중반부터 타임루프와 딥러닝 개념이 결합되어 전개됩니다. 딥러닝은 인공지능이 데이터의 패턴을 학습하는 기술인데, 영화는 이를 안나가 반복되는 상황을 경험하는 구조와 연결합니다. 기본 개념을 알고 보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대홍수 결말이 열린 결말인가요?
A. 명확하게 모든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쪽에 가깝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결말의 의미가 쉽게 정리되지 않아 별도로 해석 글을 찾아봤습니다. 깔끔하게 설명되는 마무리를 기대한다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대홍수 넷플릭스 흥행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요?
A. 2025년 12월 19일 공개 후 비영어 영화 글로벌 톱10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첫 주에는 2,790만 회, 둘째 주에는 3,310만 회의 주간 시청 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둘째 주 시청 수가 첫 주보다 증가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
<대홍수>는 전반부 재난 장면의 질감과 안나·자인 모자의 감정선만큼은 화면 앞에 앉아 있던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드라이 포 웻 기법과 실제 수중 촬영을 활용해 완성한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타임루프와 딥러닝 설정이 결합된 중후반부는 제게 끝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반복이 이어질 때마다 안나가 무엇을 잃고 얻는지 조금 더 분명한 단서가 있었다면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수월했을 것 같습니다. 재난 장면의 스케일과 모자의 감정선을 보고 싶은 분께는 권하고 싶습니다. 반면 이야기가 명확하게 정리되는 결말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수아파트 리뷰 (경수진, 층간소음, 앙상블) (0) | 2026.10.30 |
|---|---|
| 행복의 나라 (시대적 배경, 법정 심리전, 이선균 유작) (0) | 2026.10.29 |
| 프로젝트 헤일메리 (배경설정, 로키우정, 결말평가) (0) | 2026.10.28 |
| 프로젝트 Y (배우 분석, 서사 구조, 관람 추천) (0) | 2026.10.26 |
| 부활남 더 레드 리뷰 (배우 분석, 서사 구조, 관람 추천) (0) | 2026.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