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엿새 만에 450만 명. 2017년 여름, 군함도는 그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화제였습니다. 저는 개봉 첫 주에 극장 좌석에 앉았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팔걸이 위의 손바닥이 끝내 펴지질 않았습니다. 시원함인지 쓰라림인지 구분되지 않는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출연진: 스타의 얼굴로 도착해 탄가루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한 편의 상업영화에 이 정도 얼굴이 나란히 서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개봉 전 해외 100개국 이상에 선판매됐다는 사실이 그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었어요. 저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 조합이 과연 무게를 소화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황정민이 맡은 이강옥은 경성 반도호텔 악단 단장입니다. 일본인 관리 앞에서는 ..
솔직히 저는 이 영화에 큰 기대를 품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눅눅한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라는 조합이 자칫 이름값 위주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객석 조명이 채 꺼지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웅웅거리는 저음이 흘러나오던 순간, 그 걱정은 꽤 빠르게 사라졌습니다.세 배우가 만든 균형, 그리고 마을이라는 유기체범석 역의 황정민은 이번에도 중심을 잡되, 과거 작품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겁이 많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몸을 던지는 사람, 그 온도 차를 표정 하나로 오가는 연기라 빈틈이 오히려 인물을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황정민 배우 작품을 꾸준히 챙겨봐 온 제 경험상, 이 정도로 흔들리는 얼굴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습니..
솔직히 고백하면, 재생 버튼을 누를 때까지도 이 영화를 진지하게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소파에 리모컨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그냥 배경음 삼아 틀어놓으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라는 자막 한 줄이 뜨는 순간, 저도 모르게 리모컨을 무릎 위로 끌어당겼습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교섭', 황정민과 현빈이 만든 긴장의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따져봤습니다.두 배우가 만든 대비, 그 균형이 영화의 뼈대다'교섭'을 분석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건 캐릭터 설계입니다. 황정민이 연기한 외교관 재호는 위기협상(Crisis Negotiation) 전문가입니다. 위기협상이란 인질·농성·자해 등 급박한 상황에서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는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
해발 8750미터. 사람이 살아 버틸 수 없다고 이름 붙은 구역에, 시신을 수습하러 올라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히말라야〉는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급 16좌를 완등한 엄홍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그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 그 질문은 전혀 다른 형태로 남았습니다.황정민과 정우, 이 두 사람의 연기가 영화를 붙잡는다황정민이 이 영화에서 택한 방식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폭발적인 감정 표현 대신, 그는 내내 뭔가를 삼키는 쪽을 선택합니다. 후배들 앞에서 너털웃음을 짓다가도, 혼자 남는 순간이 오면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그 낙차. 헤드폰을 쓰고 화면을 보면서, 저는 그 낙차를 따라..
1,341만 명이 극장을 찾은 영화가 10년 가까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카타르시스를 건넨다면, 그건 단순한 흥행작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개봉 당시를 흘려보내고 뒤늦게 유플러스 모바일TV 화면으로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면서도 명동 격투 장면에서 어깨가 먼저 움츠러들었습니다. 황정민과 유아인이 만들어낸 계급 갈등의 충돌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완성됐는지, 그날 밤 이불 속에서 확인했습니다.황정민 연기, 능청이 무기가 되는 순간흔히 형사 캐릭터라 하면 강하고 과묵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서도철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비틀어놓습니다. 황정민이 구현한 이 인물의 핵심은 '능청스러운 집요함'인데, 여기서 능청스러움이란 단순히 웃긴다는 뜻이 아니라 상..
버디무비(buddy movie)는 성격이 정반대인 두 인물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케미가 전부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다일까요. 자정을 넘겨 식은 치킨을 옆에 두고 검사외전을 틀었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손도 못 댔습니다. 황정민과 강동원이라는 조합이 단순한 케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걸,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정반대 두 배우의 케미, 기대와 달랐던 것버디무비라고 하면 흔히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다 결국 친해지는 공식을 떠올립니다. 저도 그 정도 예상을 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이건 단순한 공식 그 이상이었습니다.황정민이 연기한 변재욱은 법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검사입니다. 취조실에서 피의자를 몰아붙이는 방식이 거칠기로 소문난 인물인데, 스크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