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이미 아는 영화에서 손에 땀이 날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게 가능하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확신했습니다. 141분 내내 팔걸이를 쥔 손에 힘이 빠지질 않았고, 장인어른과 동서와 셋이 로비로 나와서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아홉 시간의 기록이 스크린 위에서 이렇게 선명하게 살아 움직일 줄은 몰랐습니다.배우 앙상블이 만드는 밀도황정민과 정우성. 이 두 이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그건 절반짜리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두 주역을 둘러싼 앙상블(ensemble), 즉 각자의 역할을 맡은 조연 배우들 전체가 만들어내는 집단적 밀도에서 나옵니다. 앙상블이란 개별 연기자의 합산이 아니라, 서로의 호흡이 맞물려 하나의 유기적 ..
2014년 개봉 당시 관객 1,426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오른 영화가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신파 아닌가?" 하고 반쯤 팔짱을 낀 채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다시 보고 나서 생각이 꽤 달라졌습니다.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 근현대사, 세대공감의 시작국제시장은 일반적으로 "부모 세대가 눈물 흘리는 영화"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넷플릭스 화면 앞에 앉았을 때, 아이가 먼저 "이 사람들 왜 배를 타고 도망가?"라고 물어왔고, 그 순간부터 영화는 단순한 감동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 수업이 되었습니다.영화의 서사 구조는 흥남 철수작전(1950)부터 시작해 독일 광부 파견(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