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가까이 치킨을 시켜놓고 뭔가 볼 영화를 찾다가 고른 게 〈소주전쟁〉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가볍게 넘길 뻔했는데, 화면에 '1997'이라는 숫자가 뜨는 순간 닭다리를 뜯던 손이 멈췄습니다. 그 시절 IMF 외환위기를 온몸으로 통과한 직장인의 이야기, 그리고 자본과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 남자의 거리감. 보고 나서도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1997년 IMF, 화면 속 그 시절이 낯설지 않은 이유영화의 배경은 1997년 IMF 외환위기(International Monetary Fund Crisis)입니다. 여기서 IMF 외환위기란 국가 전체가 외채를 갚지 못할 위기에 처해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사태를 가리키며, 수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이어진 시기였..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황당한 설정처럼 들리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는 이 질문 하나로 극장 안 관객 전체의 자세를 바꿔놓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가볍게 웃고 나오는 영화겠거니 했는데, 상영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걸음이 한참 느렸습니다. 웃음 뒤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영화였습니다.라미란이 없었다면 이 설정은 작동하지 않았을 겁니다혹시 코미디 장르에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이 나온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십니까. 라미란이 주상숙 역으로 이 상을 받았을 때, 시상식 무대에서 본인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 반응이 오히려 이 배우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오래 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라미란은 '베테랑', '응답하라 1988' 같은 작품..
솔직히 저는 넷플릭스 한국 사극이 극장 영화 수준을 따라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볍게 틀어두고 볼 만한 거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강동원과 박정민이 나온다는 말에 불 끄고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았다가, 팝콘을 손에 든 채로 굳어버렸습니다. 2024년 넷플릭스 공개작 중 가장 강렬한 한 편이 될 것 같습니다.임진왜란이라는 배경, 알고 보면 훨씬 무겁습니다영화 전란은 1592년 임진왜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합니다. 임진왜란이란 임진년에 왜, 즉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전쟁으로 조선 역사에서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기준이 될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남긴 사건입니다.제가 영화 보기 전에 이 배경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더 빨리 몰입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오프닝에서 계급 사회에 대한 ..
늦은 밤 별 기대 없이 넷플릭스를 틀었다가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영화 넘버원, 엄마 밥상 위에 카운트다운 숫자가 겹쳐 보이는 설정 하나로 가족의 의미를 이렇게 묵직하게 건드릴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반전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스포와 함께 제가 느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엄마 밥을 못 먹는 아들, 설정의 배경과 줄거리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이건 판타지 장르의 문법을 빌린 가족 드라마구나"였습니다.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내러티브 장치(narrative device), 즉 초자연적 능력이나 현상을 통해 현실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서사 도구가 이 영화에서는 '숫자'로 구현됩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장치란 이야기 안에서 관객의 감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