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하는 사람이 먼저 마음을 바꿉니다. 영화 이웃사촌은 도청이라는 소재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수상한 증거보다 옆집 식구들의 평범한 일상에 시선이 머뭅니다. 거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혼자 영화를 보니 인물들의 대화와 작은 소리에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더군요. 웃음으로 시작해 따뜻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의 장점과 아쉬운 점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정우·오달수, 조연진까지 살린 캐스팅의 힘영화를 선택할 때 출연 배우를 먼저 살펴보는 분이라면 이웃사촌의 캐스팅도 눈길이 갈 만합니다. 정우와 오달수가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두 인물로 만나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정우가 맡은 대권은 좌천 위기에 몰린 도청팀장입니다. 정치인 가족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던..
마동석 영화라고 하면 주먹 장면부터 떠오르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압꾸정은 달랐습니다. 비상구 옆 차가운 팔걸이에 팔을 얹자마자, 스크린 속 대국의 입이 먼저 열렸고 저는 그 순간부터 예상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마동석이 약 8년 전부터 직접 구상하고 제목까지 손수 지은 영화, 압꾸정을 직접 보고 온 솔직한 후기입니다.마동석과 정경호, 이 두 사람의 케미가 진짜입니까?데뷔 전부터 이어 온 20년 인연이라는데, 정작 한 작품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입니다. 스크린에서 처음 나란히 서는 건데도 오래된 사이 특유의 느슨한 공기가 흘렀고, 저는 그게 연출된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마동석이 연기하는 대국은 압구정 골목을 제 집 안방처럼 누비는 토박이입니다. "뭔 말인지 알지?"라는 말..
개봉 당시 누적 관객 865만 명을 돌파한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저는 그 숫자보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저녁이 더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거실에 어묵탕 냄새가 은은하게 깔리던 그날 밤, 국자를 든 손이 화면 앞에서 멈춰버렸고, 식탁 위 그릇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코미디라기엔 뭔가 더 있었던 영화, 수상한 그녀입니다.두 배우, 한 인물: 캐릭터 분석이 먼저다수상한 그녀를 이해하려면 캐릭터 설계부터 짚어야 합니다. 칠순 할머니 오말순은 나문희와 심은경, 두 배우가 나눠 맡는 구조입니다. 이걸 업계에서는 듀얼 캐스팅(Dual Casting)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듀얼 캐스팅이란 동일 인물을 시간대나 상황에 따라 두 배우가 분담해 연기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회상 장면 ..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황당한 설정처럼 들리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는 이 질문 하나로 극장 안 관객 전체의 자세를 바꿔놓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가볍게 웃고 나오는 영화겠거니 했는데, 상영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걸음이 한참 느렸습니다. 웃음 뒤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영화였습니다.라미란이 없었다면 이 설정은 작동하지 않았을 겁니다혹시 코미디 장르에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이 나온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십니까. 라미란이 주상숙 역으로 이 상을 받았을 때, 시상식 무대에서 본인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 반응이 오히려 이 배우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오래 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라미란은 '베테랑', '응답하라 1988' 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