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독전을 그냥 틀었습니다. 치킨 박스를 열고 불을 끈 뒤, 자정이 넘은 시간에 OTT 화면 앞에 앉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나니 치킨을 먹는 것도 잊을 만큼 집중하게 됐습니다.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시선이 화면에 머물렀어요. 2018년 개봉한 이해영 감독의 독전, 지금 다시 봐도 배우들의 얼굴과 분위기는 여전히 강렬합니다.자정에 치킨이 식는 동안 — 배우 연기 이야기진하림이 화면에 등장하던 순간이 지금도 선합니다. 김주혁은 웃는 건지 아닌지 모를 표정으로 인물의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독전은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뿐 아니라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는 재미도 큰 영화예요.독전은 캐릭터 앙상블 영화입니다. 앙상블(ensemble)이란 여러 배우가 각자의 비중을 가지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우성이 군복을 입고 뛰는 모습이 얼마나 어울릴지 반신반의하며 영화를 봤는데, 초반부터 긴박한 상황이 이어져 쉽게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2017년 개봉한 「강철비」는 북한 쿠데타와 핵전쟁 위기를 배경으로, 이름이 같은 두 남자가 분단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첩보 액션 영화입니다. 정우성과 곽도원의 호흡은 어땠는지, 후반부에서는 어떤 아쉬움이 남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분단을 체온으로 느끼게 만든 설정극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이 영화를 속도감 있는 액션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닝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영화는 한반도 정권교체기를 배경으로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여기서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다연장 로켓(MRL·Multiple Rocket Lau..
실화 기반 영화를 고를 때 가장 망설이게 되는 건, 이미 아는 이야기라 극장까지 갈 이유를 못 찾을 때입니다. 영화 도 그랬습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뉴스와 다큐로 한 번쯤 접해 본 사건이라 굳이 두 시간을 쓸까 싶었는데, 막상 앉아서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배우들의 얼굴이, 그 침묵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출연진, 얼굴만으로 사건을 읽다극장 불이 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러고서야 손이 비었다는 걸 알았는데, 그게 이 영화가 시작한 방식이었습니다.맨 앞에 선 사람은 설경구입니다. 완주경찰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는데, 대사보다 대사 사이의 침묵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연기였습니다. 걸음은 느리고 말은 적지만, 한 번 쥔 사건은 끝까지 ..
개봉 엿새 만에 450만 명. 2017년 여름, 군함도는 그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화제였습니다. 저는 개봉 첫 주에 극장 좌석에 앉았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팔걸이 위의 손바닥이 끝내 펴지질 않았습니다. 시원함인지 쓰라림인지 구분되지 않는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출연진: 스타의 얼굴로 도착해 탄가루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한 편의 상업영화에 이 정도 얼굴이 나란히 서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개봉 전 해외 100개국 이상에 선판매됐다는 사실이 그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었어요. 저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 조합이 과연 무게를 소화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황정민이 맡은 이강옥은 경성 반도호텔 악단 단장입니다. 일본인 관리 앞에서는 ..
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극장에서 12만 명 선에 머물렀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박성웅, 곽시양, 윤경호라는 조합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 한국 영화 주간 순위 3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보고 다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주말 오후에 라면 한 냄비 끓여 놓고 시작했는데, 국물이 식는 줄도 몰랐습니다.변장 연기, 박성웅이 다섯 시간을 앉아 있던 이유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할아버지였습니다. 화면에 느릿느릿 걸어 들어오는 노인이 박성웅이라는 걸 알고 보는데도, 면을 건져 올리던 젓가락이 공중에서 멈췄습니다. 박성웅은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에서 할아버지 분장에 약 5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촬영 시간보다 분장에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다는 설명입니다(출처: 뉴스1 제작보고회 보도). 촬영..
평일 밤 열한 시, 거실 불을 끄고 TV 빛만 남긴 채로 봤습니다. 초록 트레이닝복 차림의 동구가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지만, 슈퍼 2층 문이 닫히고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뀝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간첩 액션 영화로 분류되지만, 위장 생활 속에 쌓이는 정과 후반부의 비극까지 함께 봐야 작품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초록 트레이닝복 속에 칼날을 숨긴 얼굴들 — 캐스팅2013년 6월 개봉한 이 영화는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은 다음 웹툰에서 연재 당시 큰 인기를 얻었고, 영화 제작 단계부터 캐스팅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원작의 개성 강한 캐릭터를 어떤 배우들이 표현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