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불을 다 끄고 모니터 하나만 켜둔 채로 튼 밤이었습니다. 2021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외교관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처음엔 그냥 액션 영화겠거니 했는데, 두 시간 내내 방 안의 정적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쯤엔 몸에 힘이 다 빠져 있었습니다.어두운 방에서 만난 얼굴들 — 배우 앙상블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타 배우 두 명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면 보통 한 명이 화면을 압도하고 나머지는 배경처럼 소비되기 마련인데, 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화면 안에 있는 모든 인물이 각자의 무게를 지고 움직인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됐습니다.한신성 대사 역의 김윤석은 앙상블 연기(ensemble acting),..
2004년 한국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바로 실미도입니다. 저는 그 기록보다 극장 문을 나서지 못했던 그 밤이 먼저 떠오릅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던 그 상영관의 공기는, 지금 생각해도 무언가 다른 온도였습니다.역사적 배경 — 서른한 명의 존재를 지운 나라684부대는 1968년 북한의 청와대 기습 사건, 이른바 1·21 사태에 대한 맞대응으로 창설된 비밀 특수부대입니다. 사형수, 무기수, 사회 부적응자로 분류된 서른한 명을 서해의 외딴섬 실미도에 격리시킨 뒤, 김일성 주석궁 침투와 요인 암살이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연좌제(連坐制)라는 굴레 속에서 세상에 발붙일 곳 없던 사람들에게 돌아온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여기서 연좌제란 본인의 가족이나 친족의 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