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가 무서운 건 귀신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곡성(2016)은 그 전제부터 흔들어놓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혼자 불을 끄고 봤다가 끝나자마자 스위치를 눌렀는데, 불을 켜고도 한참 방 안을 둘러봤습니다. 튀어나오는 장면 하나 없이 그렇게 됐습니다.배우들이 만들어낸 공포 — 얼굴이 곧 서사였다공포영화의 완성도는 특수효과에 달렸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곡성은 그 반대를 증명합니다. 이 영화의 공포는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시작되고, 거기서 끝납니다.주인공 종구 역을 맡은 곽도원은 이 영화 이전까지 강렬한 조연이나 악역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였습니다. 정작 본인은 주연 캐스팅 제안을 듣고 감독이 제정신인지 의심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질 정도였는데, 스크린 위에서는 그 얼떨결함이..
와이프가 먼저 잠든 걸 확인하고서야 거실 불을 껐습니다. 이어폰을 꽂고 화면을 켜는 순간, 신당의 붉은 조명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그 뒤로 두 시간 가까이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2015년 '검은 사제들'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세계관, 거기에 송혜교와 전여빈이라는 조합.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었는데, 다 보고 나서는 그 걱정이 조금 무색해졌습니다.처음 화면을 켰을 때, 이 조합이 맞을까 싶었습니다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더 글로리'로 복귀 신호탄을 쏜 송혜교가 하필 오컬트 장르를 선택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제 첫 반응은 "어울릴까?"였으니까요. 그런데 유니아 수녀로 분한 그의 첫 등장 장면을 보자마자 그 의문이 싹 사라졌습니다. 대사로 캐릭터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문 입매, 한..
한여름 밤, 딱히 볼 영화를 정하지 못한 채 집 앞 영화관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게 시작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게 파고드는 상영관 안에서, 스크린 가득 안개 낀 저수지 수면이 깔릴 때부터 이미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2026년 한국 공포 영화 사상 23년 만의 300만 돌파작, 살목지 이야기입니다.김혜윤·이종원의 반응 연기, 공포를 완성하다제가 직접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배우 캐스팅이 이 영화의 절반이다"였습니다.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던 김혜윤이 공포 영화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공포 장르는 단순히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공포에 무너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쌓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막상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