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돌비 특별관 좌석에 앉자마자 스피커가 등받이를 울리기 시작했고, 그 진동이 가시기도 전에 화면은 이미 봉쇄된 건물 안으로 관객을 밀어 넣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는 좀비물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감염체의 움직임을 전혀 다른 문법으로 설계했고, 그 선택이 극장을 어떤 공간으로 바꿔놓는지 두 시간 내내 몸으로 확인했습니다.캐스팅: 이 조합이 맞는 이유전지현의 복귀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제가 먼저 든 생각은 "이 선택이 맞을까"였습니다. 이후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춘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쌓인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스크린 앞에 실제로 앉아서 보니 그 걱정은 꽤 이른 시점에 거뒀습니다. 혼란스러운 표정에서 상황을 붙잡는 얼굴로 옮겨가는 흐름이, ..
2001년 개봉 당시 관객 수 480만 명. 지금 기준으로도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지만, 당시 한국 영화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이건 그야말로 이변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변의 한 조각을 교복 바지 밑단에 겨울바람이 스며들던 날, 캐러멜 팝콘 냄새 가득한 상영관에서 직접 목격했습니다. 스크린 속 전지현이 대머리 아저씨 머리 위로 속을 게워내는 순간, 씹던 팝콘을 삼키지도 못한 채 터뜨린 그 웃음이 지금도 선명합니다.장르 혁신 — 순종적 여성상을 뒤집은 배짱이 영화가 처음 기획됐을 때 제작진이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원작은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된 실제 연애담이었고, 주연 전지현은 CF 모델로만 얼굴이 알려진 신인이었습니다. 연기력에 대한 검증이 전무한 배우에게 감정의 진폭이 극단에 달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