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가까이 치킨을 시켜놓고 뭔가 볼 영화를 찾다가 고른 게 〈소주전쟁〉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가볍게 넘길 뻔했는데, 화면에 '1997'이라는 숫자가 뜨는 순간 닭다리를 뜯던 손이 멈췄습니다. 그 시절 IMF 외환위기를 온몸으로 통과한 직장인의 이야기, 그리고 자본과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 남자의 거리감. 보고 나서도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1997년 IMF, 화면 속 그 시절이 낯설지 않은 이유영화의 배경은 1997년 IMF 외환위기(International Monetary Fund Crisis)입니다. 여기서 IMF 외환위기란 국가 전체가 외채를 갚지 못할 위기에 처해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사태를 가리키며, 수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이어진 시기였..
액션 스릴러는 결국 몸으로 승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으며 를 틀었는데, 헤드폰을 벗고 나서 가장 먼저 찾은 건 진통제가 아니라 생각할 시간이었습니다. 이제훈과 구교환이 주고받는 눈빛 하나가 총격 시퀀스 전체보다 오래 남는 영화, 그게 이 작품의 정체입니다.눈빛 대결 — 대사보다 시선이 더 많은 말을 했습니다일반적으로 액션 스릴러의 긴장감은 편집 속도와 음향 설계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쇼트와 쇼트를 빠르게 이어 붙이는 몽타주 기법, 즉 시각적 충격을 짧은 간격으로 반복 투여해 관객의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저도 그 공식이 이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거라 예상했습니다.그런데 막상 화면을 마주하고 나니 달랐습니다. 이제훈이 연기하는 규남은 상관 앞에서는 자세 하나 흐트러..
코미디 영화는 집에서 봐도 충분하다고 굳게 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을 산산이 부순 작품이 2017년 개봉한 입니다. 웃으러 들어간 극장에서 팝콘도 제대로 못 삼키고 나왔던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어머니 얼굴이 겹쳐 떠올랐습니다.코미디의 함정 — 웃음이 쌓일수록 무너지는 구조일반적으로 코미디 영화는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웃기면 그만이고, 깊이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죠.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는 웃음을 무기가 아니라 덫으로 씁니다.영화의 전반부는 정통 버디 코미디(Buddy Comedy)에 가깝습니다. 버디 코미디란 성격이 정반대인 두 인물이 부딪히고 화해하는 과정을 축으로 삼는 장르 문법인데, 민원 8천 건의 '도깨비 할머니' 옥분과 규정..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90분짜리 영화라는 말에 '좀 짧지 않나' 싶었는데, 극장을 나서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러닝타임 1시간 34분 동안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가장 솔직한 평가입니다. 이제훈과 구교환이 만들어낸 팽팽한 긴장감이 그 이유였습니다.90분 안에 담긴 서스펜스의 밀도제가 직접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는 군더더기가 없다"였습니다. 영화 탈주는 북한 군인 규남(이제훈)이 10년 복무 만기를 앞두고 남한으로의 탈주를 감행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를 막기 위해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추격에 나서면서 두 인물의 대치가 시작됩니다.영화가 이처럼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서사 구조 덕분입니다. 영화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