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6월,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첫 번째 승리가 바로 봉오동 전투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그 사실을 교과서 속 한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극장을 나서면서 그 한 줄이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습니다.앙상블 캐스팅이 만들어낸 이름 없는 얼굴들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저는 한 가지를 직감했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요. 원신연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 즉 주인공을 특정 한 명으로 고정하지 않고 여러 인물에게 서사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구성입니다. 여기서 앙상블 캐스팅이란 특정 스타 한 명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대신, 개성이 다른 배우 여럿이 동등한 무게로 극을 떠받치는 방식을 말합니다. 한국..
사극 영화에서 마른 체구의 배우가 장군을 맡으면 어울릴까요? 솔직히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결혼 후 오랜만에 와이프와 주말 저녁 극장을 찾으면서도, 과연 이 선택이 맞는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밝아지자, 그 걱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졌습니다.조인성 캐스팅, 정말 우려할 일이었을까영화를 보기 전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조인성의 캐스팅이었습니다. 장군 역할이라면 묵직한 카리스마와 체격이 받쳐줘야 한다는 게 제 고정관념이었거든요. 명량에서 최민식이 보여준 이순신처럼, 근엄하고 무게감 있는 장수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 있었습니다.그런데 영화 속 양만춘은 그런 장군이 아니었습니다. 병사들의 다툼을 직접 말리고,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아주러 가는 성주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서번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