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이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 영화 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캐스팅만으로 좋은 재난 영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눈길이 간 부분은 배우들의 이름값보다 재난 앞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였습니다. 긴박한 기내 상황과 지상에서 벌어지는 착륙 논쟁을 통해 영화는 위기 속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함께 들여다봅니다.이름값만 믿었다가 제가 틀렸습니다 — 캐스팅과 배경재난 영화에서 유명 배우들의 출연은 기대를 높이는 요소이지만, 때로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이야기보다 앞서기도 합니다. 은 네 배우가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면서 서로 다른 인물의 시선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송강호가 맡은 인호는 비행기 테러 사건을 추적하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이야기인데, 끝까지 보고 나면 왜 둘 다 불쌍한 걸까요. 저는 평일 밤 11시에 혼자 이불 속에서 〈사도〉를 봤는데,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만 해도 이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뿐입니다.배우 연기 — 대사보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했다〈사도〉를 보기 전, 주변에서는 "송강호가 영조를 너무 딱딱하게 연기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을 때는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송강호는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보다 입을 다무는 순간에 훨씬 더 많은 걸 담아냈습니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그 얼굴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2013년 개봉 당시 1,137만 명을 동원한 작품입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는 솔직히 '잘 만든 정치 영화'로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와이프와 다시 스크린 앞에 앉았다가, 예전과 전혀 다른 장면에서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같은 영화인데 이렇게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배우 분석 — 대사보다 손끝이 말하는 것들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은 처음부터 영웅이 아닙니다. 부동산 등기와 세무 신고 대행으로 밥벌이를 하는,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여기서 '세무 신고 대행'이란 개인이나 법인을 대신해 세금 신고 절차를 처리해 주는 업무로, 당시 변호사가 이 분야까지 손을 뻗는 건 다소 이례적인 일이..
솔직히 저는 그날 밤 영화보다 옆자리 신경이 더 쓰였습니다. 스물세 살, 평일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간에 절반쯤 빈 상영관 맨 뒷줄에 앉아 팔걸이 위에서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스크린이 환해지더니 한강 둔치가 펼쳐지고, 물속에서 시커먼 형체가 솟구치는 순간 그 모든 생각이 날아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은 그렇게 제 스물세 살 여름 한복판에 불쑥 들어왔습니다.한강 매점 가족이 만들어낸 결〈괴물〉을 단순한 괴수 장르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영화의 진짜 무기는 가족 캐릭터의 조합이라고 느꼈습니다. 매점을 운영하며 한강 둔치에 뿌리를 내린 박 씨 가족은 어딘가 하나씩 부족하고 서툰 사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버지 강두(송강호)는 어리숙하고..
개봉 당시 관객 670만 명을 동원했던 영화 한 편을 십수 년 만에 다시 꺼냈습니다. 냄비에서 튀김만두가 데워지는 냄새가 거실을 채울 즈음이었는데, 화면이 뜨자마자 리모컨을 내려놓은 손이 끝내 다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2008년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통하는 이유를, 다시 보고 나서야 조금 더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캐릭터 — 세 결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방식영화의 구심점은 단연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ensemble)입니다. 앙상블이란 개별 연기자가 아닌 복수의 배우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호흡을 맞추는 집단 연기 방식을 뜻합니다.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을 연기한 정우성은 말을 극도로 아끼는 대신 총구 하나로 의사를 표현하고, 마적단 두목 박창이의 이병헌은 웃음기 사이로 서늘한 열..
주말 밤에 오래된 사극 명작을 다시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런 마음에 방 불을 끄고 홈시어터를 켰다가,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한 사극 영화 관상이 913만 관객을 동원한 이유가 뭔지, 줄거리부터 결말 해석까지 솔직하게 풀어봅니다.줄거리 — 코믹 사극인 줄 알았다가 뒤통수 맞은 경험처음 영화를 틀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산속에서 닭백숙을 두고 내경과 팽헌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영락없이 가벼운 코믹 사극이었습니다. 팝콘을 집어 들며 편하게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한양에 입성한 내경이 궁궐의 밀실로 불려 들어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역적으로 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