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꼼짝 못 하고 앉아 있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헤어질 결심을 본 날 밤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모니터가 검게 변한 뒤에도, 빈 화면 속 제 실루엣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있었습니다. 스릴러라고 알려진 영화가 이렇게 깊은 멜로의 여운을 남길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박해일과 탕웨이의 케미, 기대보다 훨씬 깊었습니다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 일반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고 하면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반전 서사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조용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관객을 붙잡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두 배우의 케미, 즉 박해일과 탕웨이가 서로를 바라보..
SNS 피드를 넘기다가 별 기대 없이 눌러봤는데 두 시간 넘게 화면에서 눈을 못 뗀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가 딱 그랬습니다. 해피엔딩인 듯 보이지만 막상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가슴 어딘가가 묵직하게 내려앉는 이상한 영화입니다.평범한 가장의 몰락, 어디서부터 시작됐나25년 근속 기술자 유만수(이병헌)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는다는 설정은, 솔직히 처음엔 너무 흔한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예상과 달리 영화는 드라마틱한 해고 장면보다 그 이후의 일상을 더 집요하게 파고듭니다.마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면접장을 오가는 만수의 표정이 무너지는 과정은, 직장인이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라 더 불편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