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에 큰 기대를 품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눅눅한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라는 조합이 자칫 이름값 위주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객석 조명이 채 꺼지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웅웅거리는 저음이 흘러나오던 순간, 그 걱정은 꽤 빠르게 사라졌습니다.세 배우가 만든 균형, 그리고 마을이라는 유기체범석 역의 황정민은 이번에도 중심을 잡되, 과거 작품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겁이 많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몸을 던지는 사람, 그 온도 차를 표정 하나로 오가는 연기라 빈틈이 오히려 인물을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황정민 배우 작품을 꾸준히 챙겨봐 온 제 경험상, 이 정도로 흔들리는 얼굴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습니..
공포영화가 무서운 건 귀신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곡성(2016)은 그 전제부터 흔들어놓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혼자 불을 끄고 봤다가 끝나자마자 스위치를 눌렀는데, 불을 켜고도 한참 방 안을 둘러봤습니다. 튀어나오는 장면 하나 없이 그렇게 됐습니다.배우들이 만들어낸 공포 — 얼굴이 곧 서사였다공포영화의 완성도는 특수효과에 달렸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곡성은 그 반대를 증명합니다. 이 영화의 공포는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시작되고, 거기서 끝납니다.주인공 종구 역을 맡은 곽도원은 이 영화 이전까지 강렬한 조연이나 악역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였습니다. 정작 본인은 주연 캐스팅 제안을 듣고 감독이 제정신인지 의심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질 정도였는데, 스크린 위에서는 그 얼떨결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