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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세 번째 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두 편을 거치면서 마석도의 주먹이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고, 세 번 째라면 전작보다 식어버리는 게 보통이니까요. 그런데 돌비 특별관 의자에 앉아 첫 장면이 시작되기도 전에 저음이 발밑에서 올라오는 순간, 그 반신반의는 조용히 거두게 되었습니다. 범죄도시3는 시리즈 세 편 가운데 가장 경쾌하게 흐른 편이었습니다.
돌비 관람과 빌런 분석 — 극장에서 몸으로 느낀 것들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란 천장 스피커까지 활용해 음향을 입체적으로 배치하는 사운드 포맷입니다. 쉽게 말해 소리가 앞뒤 좌우가 아니라 위아래까지 360도로 감싸 오는 방식인데, 범죄도시 3 타격 장면에서 이 포맷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주먹이 꽂힐 때마다 타격음이 갈비뼈 안쪽까지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었고, 구급차 사이렌이 스크린 바깥에서 도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제가 직접 앉아봤는데, 일반관과 이 정도 차이가 날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자체로 시선을 돌리면, 이번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빌런의 결을 두 가지로 나눠놓은 설계입니다. 빌런(villain)이란 극 중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 캐릭터를 가리키는데, 이번 편은 그 악역을 단일한 색깔로 묶지 않았습니다. 이준혁이 연기한 주성철은 목소리를 한 번도 높이지 않습니다. 커피잔을 내려놓는 손끝이 차분할수록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유형이었습니다. 극장 안이 그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 일제히 조용해졌던 게 아직도 선명합니다.
반면 아오키 무네타카가 연기한 리키는 정반대 방식으로 압박을 넣습니다.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캐릭터로, 체격이 마동석 앞에서도 밀리지 않으니 둘이 마주 서는 화면 구도만으로도 긴장이 팽팽하게 당겨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체급 대결은 스크린 크기가 클수록 체감이 다른데, 돌비관의 넓은 화면에서 두 사람이 마주 선 장면은 특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소리 없이 서늘한 주성철과 몸으로 눌러오는 리키, 이 두 색깔이 번갈아 마석도 앞에 서면서 싸움마다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이 흘렀습니다.
카리스마(charisma)란 말이 배우에게 붙을 때는 단순한 존재감이 아니라 화면 안에서 에너지를 지배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준혁은 이번 편에서 그 카리스마를 웃음기를 빼는 것만으로 증명했습니다. 평소 밝은 역할이 많던 배우라 그런지, 입꼬리가 내려앉은 얼굴 하나가 유난히 낯설고 그래서 더 위협적으로 읽혔습니다. 주성철이 앉은자리 뒤로 신종 마약이 돌고, 광수대 형사들이 뒤를 쫓을수록 그는 한 발씩 물러서며 웃는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여유가 형사들의 걸음을 되레 재촉하게 만드는 구조였습니다.
- 주성철(이준혁): 저음 톤과 절제된 표정으로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심리형 빌런
-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체격과 눈빛으로 물리적 압박을 가하는 신체형 빌런
- 두 빌런이 교차하며 긴장의 결을 다르게 만들어 단조로움을 피한 점이 이번 편의 가장 큰 성취
액션 총평 — 통쾌함과 아쉬움 사이에서
이번 편 액션의 가장 큰 미덕은 동선이 눈에 읽힌다는 점입니다. 코리오그래피(choreography)란 본래 무용의 안무 구성을 가리키는 말인데, 액션 영화에서는 격투 장면의 움직임 설계를 뜻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 코리오그래피가 비교적 단순하고 직선적인 편인데, 그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동합니다. 어디서 주먹이 나오고 어디서 상대가 튕겨 나가는지 눈으로 또렷이 따라갈 수 있으니, 객석에서 탄성이 터지는 타이밍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집니다.
마지막 대결에서 마석도가 소매를 한 번 더 걷어 올리는 장면은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손바닥에 땀이 뱄습니다.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상대 앞에서 그 동작 하나가 나오는 순간, 저는 팔걸이를 쥔 채 눈을 깜빡이지 못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주먹이 벽에 사람을 밀어붙이는 소리가 흉통을 두드렸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고 나서야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박지환의 장이수가 끼어드는 장면에서는 극장 공기가 확 풀립니다. 팽팽하던 긴장 사이에 웃음이 터지는 시점을 이 팀이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귀화의 전일만 반장 역시 마석도 곁에서 묵묵히 균형을 잡아 주면서, 주연과 조연이 각자의 온도를 지키고 있어서 어느 장면을 골라 봐도 허전한 구석이 없었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극적 긴장이 해소될 때 관객이 느끼는 정서적 해방감을 가리키는데, 이 영화는 주먹 소리와 웃음소리를 교차시키며 그 카타르시스를 두 시간 내내 반복적으로 쌓아 올렸습니다.
다만 솔직히 짚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마석도가 어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워낙 단단해서, 마지막 대결의 승패는 앉는 순간부터 정해진 채 관람하게 됩니다. 이 안전함이 긴장의 끝을 살짝 무디게 만든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절반쯤 동의합니다. 또 긴장이 가장 조여진 대목에서 농담이 한 박자 일찍 끼어드는 순간도 있어, 서늘하게 쌓인 공기가 잠깐 풀려 버리기도 했습니다. 일본 세력이 이 판에 발을 들이게 된 사연과 신종 마약의 유통 경로에 조금 더 시간을 썼더라면, 주성철의 서늘함에도 뿌리가 생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가 겨냥한 과녁은 처음부터 시원한 한 방이었고, 그 과녁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집계 기준으로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 상업 액션 장르 가운데 역대 최고 누적 관객 기록을 보유한 프랜차이즈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통합전산망). 세 편 모두 천만 관객을 넘긴 시리즈는 한국 영화 역사에서 전무한데, 그 기록이 단순히 마동석의 이름값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이번 편을 보고 나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장르 문법을 얼마나 정확히 구사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장르 영화의 흥행 공식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반복 가능한 캐릭터 정체성과 리듬감 있는 서사 구조를 흥행 지속의 핵심 요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 두 가지를 가장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죄도시3는 1, 2편을 안 봐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마석도라는 캐릭터의 기본 성격과 행동 방식은 이번 편에서도 충분히 전달됩니다. 다만 금천서에서 광수대로 자리를 옮기는 배경을 전작과 연결해 이해하면 첫 장면부터 맥락이 더 자연스럽게 읽히는 건 사실입니다. 저는 세 편 순서대로 봤는데, 1편과 2편을 먼저 본 덕에 이번 편의 분위기 변화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Q. 돌비관이랑 일반관이랑 차이가 많이 나나요?
A. 이 영화만큼은 돌비관을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타격 장면의 저음이 의자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느낌 자체가 일반관과 체감이 다릅니다. 돌비 애트모스 포맷이 천장 스피커까지 활용해 소리를 입체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인 만큼, 격투 액션이 많은 이 시리즈에서는 그 효과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다만 관람료 차이를 고려해서 일반관을 선택하더라도 영화 자체의 재미는 충분히 유지됩니다.
Q. 이준혁이 빌런으로 잘 어울리나요?
A. 저는 처음에 반신반의했습니다. 웃는 역할이 많은 배우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입꼬리가 내려앉는 것만으로 공간의 온도를 바꾸는 연기를 보고 나서는 그 선입견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익숙한 얼굴이 낯선 표정을 지을 때 느끼는 이질감이 이준혁의 주성철을 더 위협적으로 만든 요인이라고 봅니다.
Q. 범죄도시3 시리즈 중 몇 편이 가장 재밌나요?
A. 이 질문에는 사람마다 답이 다릅니다. 1편의 날것 같은 긴장감을 최고로 꼽는 분들도 있고, 2편의 스케일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세 편을 모두 본 뒤 3편이 가장 경쾌하게 흘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빌런의 결이 두 가지로 나뉜 덕에 싸움마다 다른 맛이 났고, 러닝타임 동안 무겁게 가라앉는 순간이 없었습니다.
결론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 걸음걸이가 한동안 마석도를 닮아 있었습니다. 그 상태가 한동안 풀리지 않았다는 게 이 영화에 대한 저의 가장 솔직한 평가입니다. 세 편을 거치면서 이 시리즈가 무게보다 리듬을 택한 시리즈라는 걸 확인했고, 이번 편은 그 리듬이 가장 잘 맞아떨어진 회차였습니다.
빌런의 색깔을 둘로 나눈 설계, 주먹 소리와 웃음이 번갈아 터지는 편집 감각, 그리고 돌비 사운드로 온몸에 전달된 타격감까지. 아쉬운 점을 굳이 하나 꼽는다면 신종 마약의 유통 경로와 일본 세력의 배경이 좀 더 두껍게 쌓였다면 하는 점이지만, 이 영화가 겨냥한 과녁은 처음부터 시원한 한 방이었습니다. 1편과 2편을 이미 본 분이라면, 이번 편에서 시리즈가 한 단계 가벼워지고 동시에 단단해진 걸 느끼실 겁니다. 주말 저녁,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