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꼼짝 못 하고 앉아 있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헤어질 결심을 본 날 밤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모니터가 검게 변한 뒤에도, 빈 화면 속 제 실루엣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있었습니다. 스릴러라고 알려진 영화가 이렇게 깊은 멜로의 여운을 남길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박해일과 탕웨이의 케미, 기대보다 훨씬 깊었습니다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 일반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고 하면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반전 서사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조용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관객을 붙잡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두 배우의 케미, 즉 박해일과 탕웨이가 서로를 바라보..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린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기생충을 보고 나왔을 때, 도심의 빌딩 숲이 완전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오락영화인 줄 알고 팝콘을 들고 들어섰다가, 결국 팝콘을 입에 넣는 것조차 잊은 채 멍하니 스크린만 바라보게 만든 영화. 지금도 그 찌릿하고 불쾌한 잔상이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꼽등이와 연가시, 영화가 처음부터 결말을 숨겨둔 방식일반적으로 영화의 복선(伏線)은 관객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야 "아, 그게 그 의미였구나" 하고 알아채는 장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은 좀 달랐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 이미 '이 결말은 피바다로 끝나겠구나' 하는 감각이 왔습니다. 바로 초반에 등장하는 꼽등이 때문입니다.꼽등이는 썩은 사체나 유기물을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