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봉 당시 관객 수 480만 명. 지금 기준으로도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지만, 당시 한국 영화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이건 그야말로 이변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변의 한 조각을 교복 바지 밑단에 겨울바람이 스며들던 날, 캐러멜 팝콘 냄새 가득한 상영관에서 직접 목격했습니다. 스크린 속 전지현이 대머리 아저씨 머리 위로 속을 게워내는 순간, 씹던 팝콘을 삼키지도 못한 채 터뜨린 그 웃음이 지금도 선명합니다.장르 혁신 — 순종적 여성상을 뒤집은 배짱이 영화가 처음 기획됐을 때 제작진이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원작은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된 실제 연애담이었고, 주연 전지현은 CF 모델로만 얼굴이 알려진 신인이었습니다. 연기력에 대한 검증이 전무한 배우에게 감정의 진폭이 극단에 달하는 ..
2008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차태현 코미디 한 편 가볍게 보러 들어갔다가, 신인이라는 박보영이라는 배우한테 눈을 빼앗기고 나왔거든요. 개봉 당시 820만 관객을 동원한 《과속스캔들》, 그 숫자는 차태현이라는 이름값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이 영화가 왜 오래 기억되는지, 제가 직접 겪어봤기에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차태현이 잡은 무게, 박보영이 가져간 장면차태현은 이 영화에서 라디오 DJ 남현수를 연기합니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아이돌 출신 연예인, 겉은 화려한 싱글 라이프인데 속은 서른여섯의 황혼기를 버티는 인물이죠. 차태현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 그러니까 당황하는 것도 웃기고 우는 것도 웃긴 그 질감이 이 캐릭터에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잘 나가던..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그냥 '볼거리 많은 오락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주말 저녁 거실 불을 모두 끄고 OTT로 틀었는데, 전반부 화재 구조 장면에서 팝콘을 집어 먹다가 후반부에는 손이 멈춰버렸습니다. 삶과 죽음, 가족과 죄책감을 이렇게 정면으로 건드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CG 비주얼, 감탄부터 나온 이유처음 초군문 장면이 펼쳐지는 순간, 저는 허리를 꼿꼿이 세웠습니다. 저승 세계를 이 정도 밀도로 시각화한 한국 영화는 그때까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이 영화가 활용한 핵심 기술은 VFX(Visual Effects)입니다. VFX란 실제로 촬영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과 합성 기술로 구현하는 시각효과 작업을 의미합니다. 화재 현장의 붕괴 장면, 불의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