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이미 아는 영화에서 손에 땀이 날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게 가능하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확신했습니다. 141분 내내 팔걸이를 쥔 손에 힘이 빠지질 않았고, 장인어른과 동서와 셋이 로비로 나와서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아홉 시간의 기록이 스크린 위에서 이렇게 선명하게 살아 움직일 줄은 몰랐습니다.배우 앙상블이 만드는 밀도황정민과 정우성. 이 두 이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그건 절반짜리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두 주역을 둘러싼 앙상블(ensemble), 즉 각자의 역할을 맡은 조연 배우들 전체가 만들어내는 집단적 밀도에서 나옵니다. 앙상블이란 개별 연기자의 합산이 아니라, 서로의 호흡이 맞물려 하나의 유기적 ..
개봉 당시 관객 670만 명을 동원했던 영화 한 편을 십수 년 만에 다시 꺼냈습니다. 냄비에서 튀김만두가 데워지는 냄새가 거실을 채울 즈음이었는데, 화면이 뜨자마자 리모컨을 내려놓은 손이 끝내 다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2008년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통하는 이유를, 다시 보고 나서야 조금 더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캐릭터 — 세 결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방식영화의 구심점은 단연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ensemble)입니다. 앙상블이란 개별 연기자가 아닌 복수의 배우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호흡을 맞추는 집단 연기 방식을 뜻합니다.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을 연기한 정우성은 말을 극도로 아끼는 대신 총구 하나로 의사를 표현하고, 마적단 두목 박창이의 이병헌은 웃음기 사이로 서늘한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