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이야기인데, 끝까지 보고 나면 왜 둘 다 불쌍한 걸까요. 저는 평일 밤 11시에 혼자 이불 속에서 〈사도〉를 봤는데,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만 해도 이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뿐입니다.배우 연기 — 대사보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했다〈사도〉를 보기 전, 주변에서는 "송강호가 영조를 너무 딱딱하게 연기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을 때는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송강호는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보다 입을 다무는 순간에 훨씬 더 많은 걸 담아냈습니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그 얼굴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1,341만 명이 극장을 찾은 영화가 10년 가까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카타르시스를 건넨다면, 그건 단순한 흥행작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개봉 당시를 흘려보내고 뒤늦게 유플러스 모바일TV 화면으로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면서도 명동 격투 장면에서 어깨가 먼저 움츠러들었습니다. 황정민과 유아인이 만들어낸 계급 갈등의 충돌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완성됐는지, 그날 밤 이불 속에서 확인했습니다.황정민 연기, 능청이 무기가 되는 순간흔히 형사 캐릭터라 하면 강하고 과묵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서도철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비틀어놓습니다. 황정민이 구현한 이 인물의 핵심은 '능청스러운 집요함'인데, 여기서 능청스러움이란 단순히 웃긴다는 뜻이 아니라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