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가 1986년 첫 번째 극장판으로 내놓은 작품이 바로 천공의 성 라퓨타입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거실 스피커에서 도라호의 포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몸이 반응했습니다. 오래된 명작이라는 말이 때로 얼마나 실감 없이 쓰이는지, 이 영화 앞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성우진 — 목소리만으로 캐릭터를 완성한다는 것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성우진은 화면을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라퓨타를 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파즈를 연기한 타나카 마유미의 목소리는 소년 특유의 패기와 불안감을 동시에 얹고 있어서, 화면을 안 봐도 그 아이가 얼마나 필사적인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성우(聲優), 즉 목소리 배우라는 직군은 표정이나 몸짓 없이 오직 음성..
솔직히 말하면, 극장 불이 꺼지는 순간까지도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시리즈가 네 편째로 접어들면서 "이번엔 또 뭘 새로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 걱정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슈퍼배드 4는 캐릭터의 힘으로 서사의 빈틈을 메우려 한 작품입니다.네 번째 시리즈가 놓인 맥락,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제가 1편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귀여운 악당 코미디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이 프랜차이즈가 다루는 핵심 주제가 점점 선명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바로 '아웃사이더의 가족 만들기'입니다.슈퍼배드 시리즈를 제작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픽사(Pixar)나 드림웍스(DreamWorks)와 달리, 대규모 제작비 없이도 높은 수익률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