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오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걸린 영화 한 편이 어느새 거실을 통째로 삼켜버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2021년 추석에 그 영화가 담보였습니다. 성동일의 첫 대사가 흘러나오는 순간 리모컨을 내려놓았고, 창밖이 완전히 캄캄해진 뒤에야 영화가 끝났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사채업자와 아홉 살 아이 사이에서 가족이 만들어지는 이야기, 그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정교했습니다.성동일·김희원·박소이, 세 얼굴이 만든 앙상블배우 세 명이 스크린 위에서 만들어내는 앙상블(ensemble)이란, 단순히 각자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여기서 앙상블이란 각 배우의 타이밍과 호흡이 맞물려 전체 장면의 리듬 자체를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담보는 이 점에서 제가 최근 몇 년간 본 한국 상업영화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넷플릭스 홈 화면을 멍하니 넘기다가 임윤아 얼굴이 보여서 손가락이 멈췄습니다. 그게 전부였는데, 맥주캔이 비워지고 감자튀김 봉지 바닥에 부스러기만 남을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못 뗐습니다. 코미디와 호러를 오가는 장르 혼합, 그 균형을 이 작품이 어떻게 잡았는지 직접 본 느낌으로 풀어보겠습니다.임윤아, 안보현, 성동일 — 이 조합이 왜 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캐스팅 라인업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와 신세대 남자 주인공, 거기에 성동일까지. 세대와 색깔이 너무 달라서 과연 한 화면에서 어울릴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틀렸습니다.임윤아가 연기하는 선지는 낮과 밤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입니다. 영화 용..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뻔한 스포츠 감동물이겠거니 했습니다. 2009년 개봉 당시 840만 관객을 끌어모은 흥행작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비인기 종목을 다룬 영화가 얼마나 깊이 들어올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요. 그런데 눅눅한 주말 저녁, 불을 죄다 끄고 OTT로 다시 틀었다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마음에 걸리는 영화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줄거리: 급조된 팀이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1990년대 중반, 정부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면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문제는 그 종목에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유니버설리티 플레이스(Universality Places)입니다. 유니버설리티 플레이스란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을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