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방에서 혼자 영화를 보다가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잊어버린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올빼미를 보던 그날 밤, 뻗었던 손을 소현세자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그대로 허공에 멈췄습니다. 조선 궁중의 어둠을 주맹증이라는 낯선 설정 하나로 서스펜스 엔진 삼은 이 영화, 류준열과 유해진의 신체 연기가 얼마나 무섭게 맞물리는지 직접 겪어보니 글로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주맹증 설정, 서스펜스의 출발점영화를 보기 전에 '주맹증'이라는 단어를 미리 찾아봤습니다. 주맹증(晝盲症)이란 밝은 환경에서는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어두운 환경에서 오히려 사물 윤곽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 장애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는 눈입니다. 영화 속 경수는 이 조건을 궁궐 안에서 철저히 숨기며 살아가..
1920년 6월,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첫 번째 승리가 바로 봉오동 전투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그 사실을 교과서 속 한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극장을 나서면서 그 한 줄이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습니다.앙상블 캐스팅이 만들어낸 이름 없는 얼굴들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저는 한 가지를 직감했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요. 원신연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 즉 주인공을 특정 한 명으로 고정하지 않고 여러 인물에게 서사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구성입니다. 여기서 앙상블 캐스팅이란 특정 스타 한 명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대신, 개성이 다른 배우 여럿이 동등한 무게로 극을 떠받치는 방식을 말합니다.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