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결혼기념일 저녁에 이혼 직전 부부 이야기를 고른 게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지, 상영관에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 뒤 출구를 빠져나오며 든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이 다시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을 보면서, 결혼 생활에서 우리가 정말 마모시켜온 게 무엇인지를 가볍지만 날카롭게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결혼기념일에 이혼 영화를 고른 이유극장 통로 끝 커플석에 나란히 앉았을 때, 에어컨 바람이 유독 세게 느껴졌습니다. 스크린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라의 서늘한 표정이 떠오르자 옆자리 공기도 순간 가라앉는 것 같았고, 팔걸이를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습니다.영화 《30일》은 이혼 조정을 앞둔 부부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으면서 다시 서로에게 끌리게..
2008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차태현 코미디 한 편 가볍게 보러 들어갔다가, 신인이라는 박보영이라는 배우한테 눈을 빼앗기고 나왔거든요. 개봉 당시 820만 관객을 동원한 《과속스캔들》, 그 숫자는 차태현이라는 이름값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이 영화가 왜 오래 기억되는지, 제가 직접 겪어봤기에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차태현이 잡은 무게, 박보영이 가져간 장면차태현은 이 영화에서 라디오 DJ 남현수를 연기합니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아이돌 출신 연예인, 겉은 화려한 싱글 라이프인데 속은 서른여섯의 황혼기를 버티는 인물이죠. 차태현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 그러니까 당황하는 것도 웃기고 우는 것도 웃긴 그 질감이 이 캐릭터에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잘 나가던..
성형 수술을 하면 인생이 달라질까요? 저는 그 질문의 답을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했습니다. 2006년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는 608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지만, 단순한 변신 판타지로 보기엔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꽤 날카롭습니다. 아내와 여자친구 시절 함께 봤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OTT로 다시 틀었을 때 감정이 더 복잡하게 올라왔습니다.고스트 싱어로 산다는 것, 그 공허함주인공 강한나는 169cm에 95kg의 체형을 가진 여성으로, 인기 가수 아미의 노래를 무대 뒤에서 대신 불러주는 고스트 싱어(Ghost Singer)로 살아갑니다. 고스트 싱어란 실제 음반이나 공연에서 목소리를 제공하지만 이름과 얼굴은 철저히 감추는 역할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재능은 있지만 존재 자체는 지워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