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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장기이식,한국형히어로,영화의 선택)

by apple4049 2026. 5. 6.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줄거리도 안 읽고 예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어벤저스나 DC 히어로물을 볼 때마다 "한국이라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거든요. 그 갈증을 국내 판타지 한 편이 제대로 건드릴 것 같아서요. 기대치는 낮게 잡았지만, 결과는 꽤 달랐습니다.

장기이식으로 초능력을? 설정이 낯설었던 이유

처음 하이파이브의 핵심 설정을 접했을 때, 솔직히 어색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장기이식(organ transplant)이란 기증자의 신체 기관을 수혜자에게 외과적으로 옮겨 이식하는 의료 행위인데, 이것이 초능력의 원천이 된다는 발상이 처음엔 억지스럽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설득이 되더라고요. 심장을 이식받은 이재인은 초인적인 심박출량(cardiac output) 덕분에 폭발적인 스피드와 괴력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심박출량이란 심장이 1분 동안 온몸으로 내보내는 혈액의 양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근육에 산소가 폭발적으로 공급된다는 논리로 연결됩니다.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납득이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폐를 이식받은 안재홍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폐활량(vital capacity), 즉 최대한 숨을 들이쉰 뒤 내쉴 수 있는 공기의 총량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입으로 강풍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의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영화 안에서는 나름의 내부 논리가 있어 오히려 웃음과 함께 '아, 그렇구나' 하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런 설정의 일관성이 세계관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장기이식과 관련한 수술은 연간 수천 건이 이루어질 정도로 의료 현장에선 익숙한 일입니다(출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영화는 그 익숙한 의료 행위를 판타지의 출발점으로 삼은 셈이고,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마블 히어로물과 차별화하는 지점이었습니다.

각 캐릭터가 이식받은 장기와 능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재인: 심장 이식 → 초인적 스피드와 괴력
  • 안재홍: 폐 이식 → 강풍을 만드는 폐활량
  • 김희원: 손 관련 이식 → 타인을 치유하는 힐링 능력
  • 유아인: 전자기파 조종 능력
  • 라미란: 생활력 기반의 마더 히어로 역할

한국형 히어로물이 갖는 독특한 정서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태권도가 등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 판타지에서 악과 싸우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태권도가 나오더라고요. 유치하다면 유치한 거지만, 저는 그게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 이게 한국형 히어로구나' 싶어서 반가운 느낌이었습니다.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 써니로 이미 대중 친화적 감수성을 증명한 흥행 감독입니다. 이번 하이파이브도 오리지널 시나리오(original screenplay)로 완성됐는데, 오리지널 시나리오란 원작 소설이나 웹툰, 기존 IP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창작진이 처음부터 새롭게 쓴 각본을 의미합니다. 요즘처럼 웹툰 원작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승부를 건 건 꽤 용감한 선택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무빙"의 감정선과 "극한직업"의 가벼운 템포를 적당히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진지한 서사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살짝 당황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 가벼움이 관람의 진입 장벽을 낮춥니다. 몇 가지 전개가 불친절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캐릭터들의 케미(chemistry), 즉 배우들 사이에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호흡과 시너지가 워낙 좋아서 그 빈틈을 메워줬습니다.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도 주목할 만합니다.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과 순서를 의미하는데, 하이파이브는 각 캐릭터의 트라우마를 초능력의 원천으로 연결하면서 성장 서사와 액션을 동시에 구동시킵니다. 이 방식이 단순한 오락 영화를 감정적으로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였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오리지널 장르 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하이파이브가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에 근접한 것도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선택과 우리에게 주는 울림.

저는 영화를 보면서 후반부 배틀 씬에서 의외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팀워크(teamwork)라는 개념이 화면에서 구현되는 방식이 생각보다 정직하고 따뜻했거든요. 각자의 능력이 따로 놀다가 선녀(라미란)를 중심으로 처음으로 제대로 맞물리는 장면, 그리고 6명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은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기분 좋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빌런인 영춘이 모든 초능력을 흡수해 신적 존재가 되려 했던 설정은 전형적인 악당 구조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빌런보다 히어로들의 관계에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회에서 실패한 루저들이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팀이 되는 과정, 거기서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주제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습니다.

엔드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도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짧지만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날, 한국 판타지 영화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날, 그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하이파이브는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저는 조금씩 발전하는 한국형 히어로물을 앞으로도 계속 극장에서 응원할 생각입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abcde10/22389018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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