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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들어간 극장에서 오히려 어른이 더 울컥하는 경우, 혹시 경험해 보셨습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솔직히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초콜릿과 마법으로 가득 찬 뮤지컬 영화 웡카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른의 잃어버린 감각을 가장 정확하게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웡카를 연기한다는 것의 의미
티모시 샬라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수성 짙은 청년, 혹은 듄의 냉철한 영웅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주인공이라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막상 스크린에서 그를 마주한 순간, 그 의심은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졌습니다. 이 영화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배우로서의 캐릭터 레인지(character range), 즉 한 배우가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의 폭과 다양성을 극단적으로 확장해 보입니다. 기존 웡카 캐릭터에서 연상되던 기이하고 냉소적인 중년의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내고, 꿈 하나로 세상에 맞서는 순수한 청년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오디션 없이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감독 폴 킹이 처음부터 이 역할에 티모시 샬라메만을 염두에 두었다는 의미인데, 결과만 놓고 보면 그 판단이 정확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그의 보컬이 단순히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뮤지컬 장르를 충분히 이끌어 갈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조연진도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조연 캐릭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움파룸파 역의 휴 그랜트: 특수 분장과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 전체의 유머를 책임집니다.
- 스크러빗 부인 역의 올리비아 콜먼: 과장되면서도 미워하기 어려운 빌런의 감각을 능숙하게 살려냈습니다.
- 누들 역의 칼라 레인: 지혜롭고 따뜻한 존재감으로 이야기에 감정적인 층위를 더해줍니다.
줄거리와 뮤지컬 연출, 어디서 마음이 흔들렸는가
이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과 사건의 배열 방식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이 꿈을 품고 도시에 도착하고,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동료들과 연대하여 악당을 무너뜨리는 흐름입니다. 예측 가능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중반부까지는 그런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영리한 지점은, 그 예측 가능한 구조 안에서 감정을 설계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새끼손가락 약속이라는 소재가 반복될 때마다, 저는 예상치 못하게 가슴 한편이 조여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 성화에 끌려 나온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어느 순간 저 혼자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신기하게 쳐다볼 정도였습니다.
뮤지컬 영화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다이어제틱 뮤직(diegetic music)입니다. 여기서 다이어제틱 뮤직이란 극 중 인물들도 들을 수 있는 음악, 즉 현실 공간 안에 존재하는 음악을 의미하며, 이와 반대로 관객만 듣는 배경 음악은 논다이어제틱 뮤직이라고 합니다. 웡카는 이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노래가 서사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증폭하는 방식으로 배치했습니다. 뮤지컬 특유의 과잉된 연출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이 영화라면 의외로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산업 분석 측면에서 보면, 웡카는 이른바 IP 확장 전략(IP extension strategy)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IP 확장이란 기존의 인기 지식재산권, 즉 원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나 세계관을 만들어 시리즈를 키워가는 전략을 뜻합니다.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과 기존 영화 시리즈라는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전 시대를 채우는 프리퀄(prequel)로 기획된 것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IP 기반 영화는 신규 오리지널 작품 대비 평균 흥행 안정성이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영화가 남긴 것, 그리고 아쉬운 점
극장을 나서면서 저는 예상보다 훨씬 크고 몽글한 감정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 경험이 단순히 기분 좋은 오락 그 이상이었던 이유는, 영화가 꿈과 연대라는 주제를 감상주의(sentimentalism)에 기대지 않고 유머와 음악이라는 장치를 통해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감상주의란 감정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억지 눈물이 나 공감을 유도하는 연출 경향을 의미합니다. 웡카는 그 선을 대체로 잘 지켰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 아니었는데, 후반부 악당들의 퇴장 방식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초콜릿 카르텔이 지닌 탐욕과 권력의 무게가 클라이맥스에서 너무 쉽게 허물어지면서 극적 긴장감이 느슨해졌습니다. 현실의 장벽을 조금만 더 묵직하게 그렸다면, 동화적 판타지에 서사적 깊이까지 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점이 제가 이 영화를 걸작으로 부르기를 한번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장르의 대중적 확장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유의미한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해외 박스오피스 집계 기준으로 웡카는 전 세계 6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뮤지컬 영화 장르의 상업적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지친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거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릴 적 낙관주의를 다시 꺼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영화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만, 혼자 보더라도 충분히 따뜻한 여운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웡카는 입문작으로서 부담 없는 선택입니다.